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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 ‘쾅’, 돌아온 건 구상금 청구… ‘보험 사각지대’ 대리운전

대리운전보험은 전체 보상 안돼… 전문가 “제도적 공백 해소 시급”

전국렌터카공제조합이 사고 비용 330만원을 지급하라며 대리기사 A씨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 소장. A씨 제공

제주도에서 대리운전을 하고 있는 A씨(34)는 지난 2월 전국렌터카공제조합으로부터 구상금 청구 소송을 당했다. 3년 전의 추돌사고로 발생한 비용 330만원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A씨는 “200만원 남짓한 월수입에서 대출금과 공과금을 제하면 60만원도 안 남는데 언제 그 돈을 모으냐”고 한숨을 쉬었다.

대리기사 김모(62)씨 역시 비슷한 일을 겪었다. 2017년 경기도 시흥에서 대리운전하던 중 사고가 났다. 사고 처리가 모두 끝난 줄 알고 있던 김씨는 올해 초 법원에서 사고 비용을 지급하라는 소장을 받았다. 원고는 역시 공제조합이었다.

오는 26일 재판을 앞둔 A씨와 김씨에겐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둘은 B손해보험사의 대리운전보험 가입자다. 또 사고 당시 이들이 몰았던 차는 렌터카였다.

일반적인 자동차보험과 달리 대리운전보험은 사고로 발생한 비용 전체를 보상하지 않는다. 일정 한도 내의 대인피해 배상은 차주가 가입한 보험사가 부담한다.

B사 보험도 예외는 아니었다. 신고를 접수한 B사는 일단 사고를 처리한 다음 해당 차량들의 손해보험사 격인 공제조합으로부터 대인피해 부담금 300여만원씩을 받아냈다.

그런데 공제조합은 이 금액을 대리기사 개인들에게 다시 청구했다. 근거는 렌터카 업체들의 약관·임대차계약서에 명시된 ‘제3자 운전 금지’ 조항이었다. 지정된 운전자 이외의 제3자가 차량을 운행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공제조합 관계자는 “개별 렌터카 업체가 고객들과 맺은 계약에 위배되는 사안이라 조합으로서는 구상금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판례는 공제조합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2018년 공제조합이 대리기사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차주인 렌터카 업체가 제3자 운전 금지 조항으로 명시적 반대 의사를 밝힌 이상 대리기사는 렌터카 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

결국 피해는 기사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조항은 렌터카 임차인이 어겼는데 불똥은 대리기사에게 튀는 셈이다. 일부 대리운전 업체가 기사들에게 “렌터카 여부를 확인해 운행을 거부하라”고 공지하고는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렌터카를 거부하라는 얘길 들어보지도 못했지만, 알았어도 달라질 건 없었을 것”이라며 “앱에 뜨는 콜이 렌터카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현장에서 운행을 거부했다간 만취한 고객에게 어떤 시비를 당할지 모른다고도 덧붙였다.

전문가와 업계 관련자들은 제도적 공백 해소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홍명호 법무법인 도원 대표변호사는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차량 중심으로 설계된 자동차보험과 사람 중심으로 설계된 대리운전 보험의 연동이 문제”라며 대리운전 보험의 담보 범위 확장 또는 대리운전 중 사고를 전부 책임지는 새로운 보험 등을 제안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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