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안성 일죽면 일대, 떠밀려 간 주택·토사 뒤엉켜 처참

수도권 집중호우 피해지 가보니

경기도 안성 일죽면에서 3일 주택으로 쓰이는 조립식 건물이 토사에 떠내려와 흙더미 사이에 처박혀 있다. 전날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했던 경기도 안성 일죽면·죽산면 일대는 떠밀려온 토사들이 부서진 건물들과 뒤엉키는 등 곳곳이 아수라장으로 변한 모습이었다. 안성=최지웅 기자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했던 경기도 안성 일죽면·죽산면 일대는 3일 떠밀려온 토사들이 부서진 건물들과 뒤엉켜 쑥대밭이 된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일죽면의 한 양계장은 전날 산사태로 갑작스레 떠내려온 토사에 축사 일부는 흔적도 찾을 수 없이 무너졌고, 집란실로 쓰였던 패널 형태의 창고건물은 절반이 황토물에 잠긴 모습이었다. 조립식 건물로 된 주택은 원래 있던 자리에서 떠내려와 흙더미 사이에 처박혀 있었다. 이 주택에 머물던 A씨(58)는 산사태를 미처 피하지 못해 숨진 채로 발견됐다.

양계장에서 100m가량 아래 위치한 양돈장도 산사태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양돈장 직원 B씨는 “토사와 나무들이 떠내려와 면사무소에서 포클레인 2대를 불러서 치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토사물이 계속 떠내려오면서 작업에 진척이 없는 상황이었다. 전날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던 안성에는 이날도 시간당 강수량이 55㎜에 달하는 장대비가 내렸다. B씨는 “돼지를 1000마리 정도 키웠는데, 600마리는 다른 곳으로 옮겼지만 나머지 400마리는 다 떠내려갔다”며 “비가 계속 내려 걱정이 아주 태산”이라고 토로했다.

마찬가지로 산사태 피해를 본 죽산면의 한 주택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집 내부에 들이닥친 토사 때문에 가구들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지경이었고, 집 뒤편 논밭은 나무와 온갖 잔해물들로 뒤덮여 있었다. 집 앞 통행로에는 흰색 모래주머니를 쌓아 토사가 더 밀려들어오는 걸 간신히 막고 있었다. 집주인 C씨(여)는 “사람 안 다친 것만 해도 감사한데, 빗물이 자꾸 젖소 사육장 쪽으로 넘쳐흐르고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중부지방에 이틀 연속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비 피해를 우려하는 시민들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부쩍 수위가 높아진 하천 인근 거주민들은 온종일 급류가 돼 흐르는 하천 물줄기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팔당댐 방류로 한강 수위가 차오르면서 서울 시내 도로 곳곳에 차량 운행이 통제됐다.

오전 11시까지 이날에만 118.5㎜의 폭우가 쏟아진 서울의 주요하천은 범람 직전까지 수위가 높아지면서 출입이 통제됐다. 관악구 도림천 문화교 위에서 수위를 근심스레 바라보던 황모(67)씨는 “원래 이런 급류가 흐르는 하천이 아니다. 비가 많이 와도 웬만해선 산책로가 잠긴 적이 없었다”며 “사고로 돌아가신 분도 물이 그렇게 불어날지 아예 상상도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도림천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산책로를 걷던 80대 남성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중랑천 역시 월계1교 지점 수위가 차량통제기준인 15.83m를 넘어서면서 인근 진출입로 교통이 통제됐다. 주민 신모(57)씨는 “이 동네에 30년 넘게 살았는데, 물이 이만큼 차오른 건 처음 봤다”며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불안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저지대에 위치한 주택가 등 서울에서만 침수피해 신고가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40건이 접수됐다.

한강도 마찬가지다. 잠원동 한강잠원지구 내 수상시설물 안전조치를 하던 작업자 2명이 갑자기 불어난 물에 고립됐다가 소방구조대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다. 기상청은 중부지방 집중호우가 5일까지 이어지고, 이후에도 7일까지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어 추가적인 호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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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애 기자, 안성=최지웅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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