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멍하게 있을 시간

문화라 작가


초등학교 3학년 진학을 앞두고 이사를 하게 되면서 아이들은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하게 되었다. 학교를 옮기게 되자 쌍둥이 중 큰아이는 적응을 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첫 학기 내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어느 날,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이가 수업을 들을 때 멍하게 있는 경우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아이는 눈에 띄는 것을 원하지 않는 편이었다. 본인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에서는 열의를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분야에서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보다 가만히 앉아 있었나 보다. 그럴 때 선생님이 보기에 멍하게 있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반면에 쌍둥이 중 둘째는 매사에 적극적이고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 편이라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려보니 ‘멍하게 있을 때가 많고, 해찰이 심하다’는 평가를 받곤 했다. 해찰이란 ‘마음에 썩 들지 아니하여 물건을 부질없이 이것저것 집적거려 해치다’라는 뜻이다. 가만히 앉아 있는 걸 힘들어했던 나는 움직이면 안 되는 장소에서는 주로 공상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공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면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멍하게 있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2014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멍 때리기 대회가 열리고 있는데 전 세계에서도 이런 대회가 개최된다고 한다. 중요한 건 집중할 때와 멍 때릴 때를 자유롭게 조절해가면서 오갈 수 있어야 한다.

‘멍 때리기의 기적’에서 저자는 “집중은 모든 능력 가운데 으뜸이고, 사람들이 획득하려고 분투하는 중심 역량이라 믿는다. 하지만 실상은 집중력만으로는 부족하고 우리에게 무기력을 안긴다”라고 말한다. 집중력은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나만의 생각이란 집중력에서만 나오는 건 아니다. 다양한 생각의 갈래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나가는 멍 때리는 시간을 즐겨보면 어떨까.

문화라 작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