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한 댓잎 소리·잔잔한 파도… ‘여름날의 쉼표’

‘서해 명품 보물섬’ 충남 홍성 竹島

서해안 천수만에 자리한 충남 홍성의 유일한 유인도인 죽도를 드론을 통해 내려다본 모습. 대나무가 울창한 3개 봉우리에 전망대가 우뚝하고 주변에 점점이 박힌 부속 섬들이 보석처럼 아름답다.

충남 홍성군 서부면에 위치한 죽도(竹島)는 호수처럼 잔잔한 천수만 안에 1개의 유인도와 11개의 무인도로 구성돼 있다. 이름처럼 대나무가 울창하며 기묘한 바위와 야생화 등이 지친 일상 속 힐링을 선사하는 일품인 섬이다. 태양광을 이용한 에너지 자립섬, 차량과 오토바이가 없어 소음과 탄소가 없는 섬으로도 유명하다. 조용하고 깨끗한 섬에 1270m 길이로 조성된 둘레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피로는 자연 치유된다.

죽도는 2018년 여객선이 취항하기 전까지 드나들기 쉽지 않은 오지 낙도였다. 여객선이 오가고 지난해에는 해양수산부 ‘여름에 썸 타고 싶은 섬’에 선정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죽도로 향하는 배를 타는 곳은 남당항. 남당항에서 죽도까지는 약 2.7㎞, 배로 10분 거리다. 면적 0.17㎢에 불과할 정도로 작아 전체를 걸어서 둘러보는데 두 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세 개의 봉우리에 360도 바다가 조망되는 전망대도 들어섰다. 제1 전망대는 옹팡섬, 제2 전망대는 동바지, 제3 전망대는 담깨미(당개비)다. 전망대마다 홍성 출신 역사 인물인 독립운동가 만해 한용운, 최영 장군, 백야 김좌진 장군 등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고, 조금씩 다른 풍경을 펼쳐놓는다.

양편을 신우대가 빽빽한 능선 숲길도 있고, 신우대 옆을 거닐며 바다가 조망되는 해안길도 있다. 섬 전체가 낮은 구릉과 평지여서 가파른 계단이 없는 데다 흙길엔 야자 매트가 깔려 있어 걷기에 부담이 없다.

선착장에서 제1 전망대로 향하는 둘레길을 따라 순서대로 돌아도 좋지만 물때에 맞춰 ‘8’자 모양으로 둘러볼 수도 있다. 올망졸망 무리 지어진 섬 가운데 몇 개 섬은 물이 빠지면 본섬인 죽도와 연결돼 걸어서 다가갈 수 있다. 특히 충태섬은 썰물 때 모세의 기적처럼 진입로가 나타난다.

물이 빠져 있으면 썰물 때만 연결되는 달섬으로 먼저 가는 것이 좋다. 달섬은 큰 달섬, 작은 달섬 두 개다. 바닷길이 열리면 큰 달섬은 죽도와, 작은 달섬은 큰 달섬과 연결된다. 큰 달섬은 대나무가 아닌 소나무 군락이 형성된 솔섬이다. 선착장에서 제1 전망대 방향으로 이어지는 나무데크 길 대신 마을을 가로지르면 빠르다.

본섬과 큰달섬 사이 물이 빠지면 ‘용이 올라가다 떨어진 곳’이라는 뜻의 ‘용난듬벙’이라 불리는 지름 20m 정도의 물웅덩이가 드러난다. 작은 달섬 정상에 서면 북쪽으로 봉우리가 하얗게 보이는 섬이 오가도다. 백로떼로 하얀 눈이 내린 것 같다.

가까운 곳에 제1 전망대가 눈에 들어온다. ‘용이 물길을 끊은 섬’이라는 뜻을 지닌 ‘옹팡섬’ 전망대다. 선착장에서 이어지는 계단을 이용하면 보드라운 흙길과 솔숲을 지나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이다. 만해 한용운 선생의 조형물이 반겨주고 죽도의 부속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택가와 가장 가까운 동바지 조망대에서는 ‘동바지’ 조망대에는 최영 장군이 칼을 든 채 지키고 있다. 오붓한 마을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담깨미라 이름 붙은 세 번째 조망대에서는 백야 김좌진 장군이 여행객을 반겨준다. 커다란 칠판에는 먼저 다녀간 이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너른 바다와 대나무 숲을 감상하기 제격이다.

대나무 숲 둘레길(위)과 달섬을 조망할 수 있는 포토존.

죽도는 ‘대나무 섬’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가느다란 대나무인 신우대를 쉽게 볼 수 있다. 대나무 숲 사이 잘 정비된 탐방로에 들어서면 바람 따라 사각거리는 댓잎 소리가 상큼하다. 이 대나무는 고려시대 삼별초의 난 당시 삼별초군이 화살을 만들기 위해 베어다 썼다는 얘기도 전한다. 30~40년 전만 해도 주민들은 이 대나무로 복조리를 만들어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남당항에서 바다를 끼고 북쪽으로 달리면 어사리, 속동, 궁리를 거쳐 천수만 방조제까지 임해관광도로가 이어진다. 서해의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명품 드라이브 코스다.

해 질 무렵 어사리 노을공원 ‘행복의 시간’ 조형물.

어사리 노을공원이 반긴다. 천수만 노을을 감상할 수 있도록 노을언덕에 전망대와 포토존이 설치돼 있다. 해 질 무렵 시뻘겋게 닳아 오른 해가 바다에 길게 누운 안면도로 떨어지며 황홀한 풍경을 펼쳐놓는다.

여행메모

남당항~죽도 정기여객선 화요일 휴항
하루 묵으려면 야영장·민박 이용

수도권에서 승용차를 이용해 남당항으로 간다면 서해안고속도로 홍성나들목에서 빠져 상촌교차로를 거쳐 안면도 방향으로 가다 갈산교차로에서 우회전한 뒤 바로 좌회전해 남당리 방향으로 향한다. 천수만 방조제까지 가서 궁리로 접어들어도 된다.

남당항과 죽도 사이에 승선 인원 100명 규모의 정기여객선 가고파호가 운항한다. 매주 화요일은 휴항이다. 배에는 차를 싣지 못하고 사람만 태운다. 들어가는 배는 오전 9시, 11시, 오후 1시, 2시 , 4시 출항하며 나오는 배는 오전 9시 30분, 11시 30분, 오후 1시 30분, 3시 30분, 5시에 있다. 이용요금(왕복)은 성인 1만원, 학생 9000원, 경로 8000원, 소아·장애인 5000원이다. 현지 주민은 50% 할인된다.

죽도 주민 대부분은 어업에 기대 살고 있다. 마을회관 근처에는 횟집과 식당이 여럿 있다. 옹팡섬 전망대 인근에 커피나 차를 즐기며 식사 메뉴를 곁들일 수 있는 카페도 있다.

죽도 야영장에서 캠핑을 즐긴 여행객이 꽃밭 옆 해안을 걸어가고 있다.

당일치기가 아쉽다면 민박을 이용하거나 섬의 남쪽 끝에 자리한 야영장을 이용하면 된다. 야영장 인근에는 매점과 화장실, 노래방 등을 갖춘 ‘죽도홍보관’이 있다. 남당항 주변에 모텔과 펜션 등이 여럿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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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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