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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IT기업들 ‘트럼프 포비아’… 줌도 “중국 거래 중단”

줌, 중국과 선긋기 선제 대응나서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화상회의 서비스업체 줌(Zoom)이 중국 내 직접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가장 크게 성장한 IT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줌이 중국 시장을 스스로 접겠다고 결정한 것이라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줌은 3일(현지시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 본토에 있는 고객에게 새 제품이나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것을 중단하겠다. 온라인 화상회의가 필요하다면 협력사에 연락하라”고 공지했다.

줌은 당초에 중국에서 직접 판매와 온라인 구독, 협력사 판매 등 3가지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지난 6월 온라인 구독을 막은 데 이어 직접 판매까지 중단하며 협력사를 경유하는 간접 판매 방식만 남겼다.

이에 따라 앞으로 줌을 통한 화상회의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중국인들은 줌의 중국 내 협력업체 3곳을 통해서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줌은 오는 23일부터 중국 내 직접 판매를 중지할 예정이다.

줌은 이번 조치의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줌이 중국 IT기업 화웨이와 틱톡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반중 정책 타깃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해 선제적으로 중국과 선긋기를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물론 영국과 한국 등 우방국들에 화웨이의 5G 통신장비를 쓰지 않도록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 최근 미국에서만 1억명이 넘게 사용하는 중국의 동영상 소셜미디어 틱톡에 대해 미국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고 경고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에 미국 사업을 넘기라고 압박했다.

영국 BBC는 “아시아 기반의 IT기업이 중국 공산당에 미국인의 개인정보를 바치고 있다”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발언을 소개하며 미 정부의 유력한 다음 제재 대상으로 위챗과 줌을 언급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카메라 기능이 포함된 앱이 미국인의 안면인식 정보 등 생체 정보를 수집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BBC는 “줌은 미국에서 미국인에 의해 설립된 회사”라면서도 “창업자인 에릭 위안은 중국 산둥성 이민자 출신”이라고 전했다. 또 줌의 개발팀 대부분이 중국 회사에 기반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줌은 과거 친중 행보로 중국 당국과유착 의혹을 받아왔다. 지난 4월 일부 이용자들의 화상회의 데이터가 중국 서버를 경유해 전송됐다는 사실이 밝혀져 문제가 됐다. 또 6월에는 천안문 사태 추모 행사를 줌에서 개최한 반중 인사들의 계정을 폐쇄하기도 했다.

줌에 대한 제재 가능성은 미 정부의 움직임에서도 확인된다. 미 경제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존 디머스 법무부 국가안보담당 차관보는 지난 6월 “줌과 틱톡이 미국의 민감한 정보를 중국 공산당에 넘기고 당의 지시에 기반해 특정 정보를 검열한 것으로 강력히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BBC는 줌의 이번 움직임을 두고 “우연일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줌의 행보는 미국 IT기업들이 얼마나 미국에 대한 충성도를 의심받을 빌미를 주는 것을 두려워하는지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한 미국과 세계의 중국 소프트웨어 금지 압박에 텐센트, 알리바바, 트립닷컴 등 중국 IT기업들이 성장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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