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을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 정권마다 되풀이

정치적 감사 불가능한 구조 임에도 4대강·탈원전 등 매번 논란 시달려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의 타당성을 둘러싼 감사보고서 발표가 임박하면서 여당과 감사원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재형(오른쪽) 감사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탈원전 정책을 무력화하기 위해 감사를 특정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일보DB

감사원이 또다시 정치적 격랑에 휩싸였다. 감사원은 대통령 소속이면서도 직무와 관련해서는 독립을 보장받는 헌법기관이다. 하지만 감사원은 이런 법적 위상이 무색하게도 매 정권마다 ‘권력의 시녀’ ‘코드 감사’라는 비판을 받으며 각종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권 차원의 역점 사업이나 정치권 핵심 인사가 연루된 사안을 감사하는 경우에는 노골적인 외압에 시달려야 했다. 감사가 끝난 뒤에도 감사원의 판단이 옳았느냐를 두고 시비가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감사원의 독립성 강화를 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공약 내용 대부분이 헌법 개정 사항이어서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한 현재로서는 별다른 진전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최근에는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감사를 두고 여당이 감사원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이를 두고 노무현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박근혜정부의 한 사건이 떠오른다”고 비판했다.

4대강 네 차례 감사…‘오락가락’ 비판

감사원이 정치적 시비에 휘말린 대표적 사례는 4대강 감사다. 감사원은 이명박정부의 역점 사업이었던 4대강 사업을 무려 네 차례나 감사했다. 이명박정부는 해마다 반복되는 홍수와 가뭄을 예방하겠다며 22조원을 들여 한강과 낙동강, 영산강, 금강을 정비하는 사업에 나섰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사업 기간 내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건설회사 사장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졸속으로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감사원의 1차 4대강 감사는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10년에 이뤄졌다. 당시 감사원은 퇴적토 과다 준설 등 일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사업 전반에 별다른 법적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당시 감사 결과는 4대강 사업을 사실상 정당화하는 근거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감사원이 4대강 사업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 말기에 착수해 박근혜정부 출범 직전 발표된 2차 감사에서는 평가가 바뀌었다. 보(洑)의 내구성, 수문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고 수질 관리도 잘못됐다는 것이다. 당시 언론들은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을 총체적 부실로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감사원이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꿨다는 비판도 나왔다. 감사원은 2013년 7월 3차 감사에선 4대강이 한반도 대운하를 염두에 둔 사업이었다고 지적했다.

4년 뒤인 2017년 감사원은 문 대통령 지시에 따라 네 번째 감사에 착수했다. 4차 감사는 최초 정책결정 과정에서부터 4대강 사업에 따른 수질 개선 효과, 경제성 분석까지 포괄하는 ‘종합판’ 감사를 지향했다. 4차 감사는 4대강과 관련한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내기는 했지만, 이미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진행된 감사인 탓에 한계도 적지 않았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이 협조를 거부하면서 일부 쟁점에선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탈원전’ 논란… 월성 1호기 감사

감사원은 월성원전 1호기의 조기 폐쇄 결정이 타당했느냐를 두고 한국수력원자력과 산업통상자원부를 고강도 감사하면서 다시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올랐다. 월성 1호기 감사가 문재인정부 탈원전 정책의 시금석처럼 받아들여지면서 감사원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가해진 것이다.

특히 이번 감사의 조사 대상자인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일부 언론을 상대로 ‘장외전’을 펼치면서 감사원의 입장이 더욱 난처해졌다. 백 전 장관은 최재형 감사원장이 심문 과정에서 문재인정부를 “대선에서 41%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라고 폄훼하는가 하면, 심문 대상자들에게 “대통령이 시킨다고 다 하느냐”고 몰아붙였다고 주장했다.

최 원장은 해당 발언이 있었다고 시인하면서도 문재인정부를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권은 최 원장이 감사 결과를 미리 정해놓고 몰아가고 있다며 정치 공세를 펼치는 상황이다. 정권의 정당성을 의심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 당권주자인 이낙연 의원은 최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최 원장의 발언을 두고 “직분에서 벗어난 정도가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아 놀랐다”고 말했다.

다만 감사원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조직 특성상 원장이 감사 방향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한 전직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원 체계상 원장이 특정한 방향으로 설정해놓고 몰아가지도 않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며 “감사원장은 기관장이긴 하지만 감사 지휘는 사무총장을 통하도록 돼 있다. 현 사무총장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데 그런 사람이 정권에 불리한 감사를 하도록 지휘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매 감사마다 적게는 10명, 많게는 100~200명씩 감사관이 투입되는데 이 많은 사람들에게 특정 방향으로 감사하라고 강제할 수가 없다”며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갖고 감사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