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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의 티 테이블] 일상으로의 초대


세렝게티 사파리, 페루 마추픽추, 모로코 사하라사막, 산티아고 순례길…. 상상만 해도 가슴 두근거리는 이국의 풍경이다. 사람들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에서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싶어한다. 여행을 통해 무뎌진 감성을 깨우고, 인생의 지혜를 터득하길 원한다. 많은 이들의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목록)에 ‘낯선 여행’이 빠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지금은 일상의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단조롭다. 이럴 때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보면 어떨까. 불쑥 일상이 내민 초대장을 받았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너무 익숙해져 특별한 것이 전혀 없어 보이는 일상일 것이다. 그러나 뜻밖의 깨달음을 얻으려면 조금 낮은 자세로, 창조적인 마음으로 일상을 바라봐야 한다. 일상을 멈추고, 바라보고, 귀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연못가를 거닐 때 개구리 한 마리가 물속으로 퐁당 뛰어든 후 고요함이 깃든 순간을 상상해 보자. 우린 그 과정을 알아차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머릿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일상을 멈추고 주변을 바라보며 삶에 귀 기울이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보일 것으로 예측되는 것 말고 지금 내가 숨 쉬는 일상을 바라봐야 한다. 산책길에서 이름 모를 꽃 한 송이를 만날 때,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올 때, 여름 소나기를 만난 오리 떼의 날갯짓 소리를 들을 때, 그 순간에 집중하면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고 앞으로도 절대 다시 볼 수 없는 무언가를 바라보듯 소중한 사람들을 바라보자. 멋진 여행지가 아니어도 하나님의 이야기와 우리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시공간이 바로 우리의 일상이다.

인간의 내면엔 자신을 발견하고 성장하고 싶은 ‘갈망’이 있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본질적인 갈망 중 하나는 ‘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과 목적, 내 삶의 운명을 찾는 것’이다. 인간에겐 그것을 찾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 그것을 찾을 때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도 한다. 우리가 여행을 통해 얻는 기쁨을 특별한 시간이나 장소가 아니라 일상에서 얻을 수 있다면 우리 삶은 더 풍요로울 수 있다.

미국의 목사이자 작가인 프레드릭 비크너는 ‘주목할 만한 일상’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지를 주목하라고 말한다. “하나님을 주목한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하실 가능성에 마음을 열어두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귀를 열지 않으면 절대 들을 수 없는 말씀을 하신다. 하나님께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일상에서 멈추고 바라보고 귀 기울이는 것이다. 너무 익숙해져 특별한 것이 전혀 없어 보이는 일상에서 뜻밖의 깨달음을 얻으려면 조금 낮은 자세로, 감사한 마음으로 바라봐야 한다.”

비크너는 하나님을 믿고 그분께 영광을 돌리며 그분의 방식대로 하나님의 나라를 살아내는 시공간이 다름 아닌 우리의 일상이라고 말한다. “삶의 한가운데 멍하니 서서 일상을 놓쳐버리면서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나님의 이야기와 우리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시공간이 바로 우리의 일상이다.”

일상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려면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사는 것이다. 현재란 시간은 과거와 미래의 두 방향으로 무한히 분할된다고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는 말했다. 과거는 가까운 과거와 덜 가까운 과거 그리고 먼 과거 등으로, 미래도 가까운 미래와 조금 먼 미래 그리고 아주 먼 미래로 겹겹이 쌓여 존재한다. 지난날은 모두 ‘오늘’이었다. 오늘도 결국 어제가 된다.

지금 이 순간을 주목하는 것이 일상을 멈출 수 있는 힘이며, 일상을 여행처럼 보낼 수 있는 방법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느껴지는 뜻밖의 깨달음은 생명력을 불러일으킨다. 일상에서 그 힘을 느끼는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다.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감각을 찾는 것은 열린 영성과 감사하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소중한 하루하루 속에 수많은 행복의 알갱이들을 뿌려놓고 싶다. 일상 속에서 작은 행복의 알갱이들을 터뜨려 만끽할 수 있는 사람만이 행복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이지현 뉴콘텐츠부장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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