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투복’은 괜찮고 류호정 ‘빨간 원피스’는 안 되나

류호정, 국회 권위주의에 도전장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 빨간 원피스를 입고 출석한 류호정(왼쪽) 정의당 의원과 2012년 보라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국회에 등원한 김재연 당시 통합진보당 의원. 두 복장 모두 남성 위주의 권위적인 국회 문화 속에서 논란이 됐다. 강민석 선임기자, 연합뉴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입은 ‘빨간색 원피스’가 남성 위주의 국회 관행에 작은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친여 성향 네티즌들이 류 의원에게 성희롱적 발언을 쏟아내자 여성 의원의 복장을 문제삼는 것 자체가 ‘꼰대 문화’라는 반박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투복’부터 이번 ‘원피스’까지 여성 정치인의 패션을 바라보던 남성 위주 정치권의 시선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짙은색 정장 일색의 남성 정치인과 달리 여성 정치인의 패션에는 늘 정치적 해석이 따라다녔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야당 대표였던 2005년 9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의 회담에 평소 즐겨 입던 긴 주름치마 대신 짙은색 바지 정장을 입고 참석해 화제가 됐다. 이후 바지 정장에 옷깃을 세운 그의 스타일은 ‘박근혜의 전투복’이라 불리며 대여 투쟁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됐다.

박 전 대통령뿐 아니라 고위 당직을 맡은 여성 정치인들은 바지 정장 등 ‘매니시룩’을 선호했다.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검정, 흰색 등 무채색이나 푸른색, 녹색 바지 정장을 주로 입었다. 이들의 패션도 남성 위주의 국회 문화에서 여성적 면모를 부각시키기보다 오히려 남성 못지않은 강함을 드러내는 메시지로 활용되곤 했다.

20, 30대 여성 정치인의 패션은 이들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국회의 남성적·권위적인 문화와 일종의 타협을 시도했던 기성세대 정치인들과 달리 이들은 본인 또래 여성들이 선호하는 옷차림을 국회에 가져오는 방식을 택했다. 2012년 19대 국회 등원 첫날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은 당의 상징색인 보라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등원했다. 통진당의 종북 논란으로 비례대표 사퇴 요구 속에 등원한 그의 미니스커트는 길이가 지나치게 짧고 부적절한 차림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로부터 8년 뒤 류 의원은 “어두운색 양복과 넥타이로 상징되는 50대 남성 중심의 국회의 관행을 깨고 싶었다”며 원피스를 선택했다. 평범한 20대 여성의 출근룩으로 국회의 엄숙주의와 권위주의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티켓다방 생각난다’는 등 여성 혐오적 비하 발언이 쏟아졌다.

송문희 더공감정치연구소장은 6일 “류 의원의 옷차림에 대한 댓글과 비난은 젊은 여성에 대한 부당한 공격”이라며 “국회의원이 아니라 젊은 여성으로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을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40대 여성 의원은 “정치권에 입문하기 전 입었던 옷들을 언제부턴가 못 입게 됐다”며 “여성 의원이 조금만 튀는 옷을 입어도 관심을 갖는 시선이 정말 불편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류 의원의 복장이 너무 캐주얼하다고 지적할 수는 있지만 여성 비하적인 발언을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구성원, 특히 남성들의 반응도 8년 전과는 달라졌다. 50, 60대 남성 정치인 여럿이 국회는 국민의 다양성을 대변하는 곳이라며 류 의원의 원피스를 응원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류 의원 의상을 문제삼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했고,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2020년인가 의심이 든다”며 “국회의 유령, 꼰대 정치가 청년 정치를 바닥으로 내리꽂는 칼자루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김나래 신재희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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