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발로 교회 무너지고 기독교인 터전 초토화”

레바논 난민사역 정바울 선교사가 전한 참혹한 폭발 사고 현장

정바울 선교사가 레바논 베이루트 폭발 사고 다음 날인 지난 5일(현지시간) 사고 인근 지역에서 찍은 사진. 건물 외벽이 무너지고 내부 물건들이 부서진 채 길가에 나뒹굴고 있다. 정바울 선교사 제공

“지난해부터 누적된 정부에 대한 불만이 이번 폭발 사고로 터졌다. 분위기가 흉흉하다. 가장 어두운 시기 같다.”

2011년부터 레바논에서 난민사역을 하는 정바울 선교사는 지난 4일 레바논 수도 베이르트 항구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의 후유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 선교사는 물리적 충격파도 상당했지만, 현재 레바논에 불어 닥친 정신적 공황 상태가 더 큰 위험 요소라고 전했다.

정 선교사는 지난 6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지난해 10월부터 레바논에 경제 위기가 닥쳤다. 거기에 코로나19로 인해 나라 전체가 마비됐다”며 “폭발 이전부터 레바논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레바논은 지난해부터 가속화된 경제난으로 실질 실업률이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폐 가치가 추락해 지난 5월 물가 상승률은 56.5%에 달했다.

정 선교사는 “이런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한 정부의 대처에 불만이 쌓여가던 중 폭발이 일어났다”며 “폭발 원인이 항구 창고에 보관된 인화성 물질 질산암모늄으로 추정되면서 정부의 관리 부실에 불만이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레바논 젊은이들이 나라에 대한 회의감이 커 모두 떠나려 한다”며 “누적된 불만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재 레바논은 2주간 비상 계엄령이 선포된 상황이다. 무장 군인들이 배치됐고 사고 지역 인근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폭발 참사와 관련해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대가 이들과 충돌해 100여명이 다치는 유혈사태도 벌어졌다.

정 선교사는 교회의 피해도 막대하다고 말했다. 정 선교사는 “사고 현장 주변에 기독교인들이 많다”며 “사고 이튿날 곧바로 현장에 달려가 협력하던 교회를 방문했는데 피해가 생각보다 심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현장 10㎞ 반경에 있는 건물들은 모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외벽에 금이 가거나 실내 천장이 무너진 곳도 많았다”며 “교인들 집도 마찬가지였다. 램프나 유리창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 선교사에 따르면 그곳 목회자들에겐 피해를 입은 현지인들의 도움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 그는 “카타르나 아랍에미리트 등 주변국에서 도움을 주고 있지만 부상자 치료를 위한 병상 확보나 의약품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현지 사역자 몇 분이 현장에 나가 긴급구호 등 일손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정 선교사는 “레바논이 속히 안정되는 게 중요하다. ‘레바논에 빛이 있으라’ 함께 기도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레바논의 기독교인 비율은 41%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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