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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가구 1주택 시대’ 열겠다?… 실현 땐 경제 재앙 될 수도

김태년 발언에 우려 목소리 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민이 모두 내 집 한 채를 장만할 수 있는 ‘1가구 1주택 시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과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겠다는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 청사진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실제 정부·여당은 최근 들어 다주택자의 주택 보유 및 거래에 대한 부담을 확 높이는 대책을 계속 쏟아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 발언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9일 “1가구 1주택 시대라는 건 공산주의 체제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정치적인 수사(修辭)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도 “1가구 1주택이면 전월세와 같은 임대차 시장에 더는 민간 공급자가 없게 된다. 전체 임대 물량의 90%를 민간이 공급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지난 3년간 부동산 정책이 김 원내대표 발언처럼 ‘1가구 1주택’을 지향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출 규제다. 정부는 2017년 내놓은 8·2 대책과 지난해 12·16 대책에서 규제 지역 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무주택자에게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권 교수는 “1가구 1주택을 지향한다 하면서 무주택자까지 대출을 규제하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설령 1가구 1주택이 실현된다 하더라도 ‘재앙적’ 수준의 후폭풍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성락 동양미래대 경영학과 교수가 최근 펴낸 ‘규제의 역설’에는 1970, 80년대 공산주의 정권 시절 1가구 1주택 정책을 실제 시행했던 루마니아의 사례가 소개됐다.

당시 루마니아 정부는 전 국민의 내 집 마련을 위해 정부가 주택을 소유하고 이를 싼 가격에 국민에게 판매했다. 그 여파로 루마니아의 자가보유율(전체 가구 가운데 집을 보유한 가구의 비율)은 2018년 말까지도 96.4%를 기록할 정도다. 61.2%인 한국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그러나 이 정책은 많은 부작용을 불러왔다. 우선 건설사가 새 주택을 지어도 집을 살 사람이 없게 되자 건설업을 비롯해 부수 산업들이 줄줄이 활력을 잃었고, 이는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1가구 1주택 정착으로 민간의 임대 공급이 사라지면서 대학 진학, 취업, 전근 등의 상황에서 다른 지역의 거처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처럼 됐다. 결혼해도 신혼집을 직접 지을 만한 경제력이 없으면 부모와 같이 살 수밖에 없다. 최 교수는 “명목상 거주 이전의 자유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루마니아 젊은이들이 이를 누리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1가구 1주택이 실현된다 해도 부동산 시장 안정과 불평등 완화가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택 공급 부족으로 고가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면 부동산 시장 안정과 불평등 완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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