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중부 오락가락 ‘물폭탄’, 한반도는 왜 ‘비 감옥’에 갇혔나

북쪽에 찬 공기 정체된 상태서 북태평양고기압 확장·수축 반복

호우경보가 발효된 9일 서울 잠수교가 불어난 한강물에 잠겨 있다. 팔당댐 방류로 한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이날 서울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일부, 동부간선도로 전 구간이오후 내내 통제됐다. 계속되는 폭우로 월요일인 10일 오전에 더 많은 도로가 통제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최악의 출근길이 우려된다. 연합뉴스

이번 장마의 특징은 이례적으로 동서로 가늘게 펼쳐진 장마전선이 장기간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을 오르내리며 엄청난 양의 폭우를 쏟아내는 것이다. 중부지방의 장마는 이번주 중반 막바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장마 피해는 중부와 남부를 오가며 발생했다. 지난달 23일에는 부산에 시간당 80㎜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초량동 지하차도가 침수돼 차 안에 갇힌 3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지난 2~3일에는 장마전선이 중부로 북상하면서 경기도 가평과 안성에서 산사태로 인한 인명피해를 유발했다. 그러더니 8일에는 광주와 전남 등 남부지방에 500㎜의 물폭탄을 쏟아내 쑥대밭을 만들었고, 9일부터는 다시 중부지방에 엄청난 비를 뿌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전선이 남북을 오르내리는 이유는 우리나라 북쪽에 찬 공기가 정체해 있는 상태에서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과 수축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장마전선이 찬 공기와 고기압 사이에 위치해 있는데 북태평양고기압이 수축하면 장맛비가 남부에 집중되고, 확장하면 중부지방에 물폭탄이 내리는 식이다. 특히 올해는 장마전선이 폭이 가는 형태로 평년보다 오래 유지되면서 특정 지역에 강한 국지성 호우가 내리는 양상을 보였다.

이 때문에 지역마다 장마전선의 북상과 남하 기간에 따른 강수량 차이도 매우 컸다. 예를 들어 서울의 지난달 강수량은 270.4㎜였는데 이달 들어서는 9일간 340㎜ 이상의 비가 내렸다. 반면 부산은 지난달에만 796.8㎜의 비가 내렸지만 이달 강수량은 284.6㎜에 머물고 있다.

중부지방에 막바지 비를 쏟아내고 있는 이번 장마는 주 중반 잦아들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14일까지 중부지방에 비가 예보돼 있으나 12일 이후로 비의 성격이 바뀔 수 있다”며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 정도와 우리나라 북쪽의 건조공기 강도에 따라 강수 영역과 강수량 등이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기상청은 올해 장마기간 실제 날씨와 어긋난 예보를 내놓아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지난 5월 올여름 날씨 전망 당시 폭염일수가 20~25일에 이르는 폭염이 7월 하순부터 찾아올 것이라고 예보했지만 오히려 장마가 역대급으로 길어지면서 정반대의 상황이 됐다. 또 이달 4일에는 수도권에 집중호우를 예상했지만 당일 경기도 연천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강수량이 미미했다.

기상청의 예보 정확도가 도마에 오르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직접 예보 정확도를 높일 것을 주문했다. 정 총리는 이날 광주·전남의 집중호우 피해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홍정기 환경부 차관과 김종석 기상청장을 앞에 두고 “기상예보 공급자인 기상청과 수요자인 홍수통제소, 환경부 등은 예보 적중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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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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