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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검찰 수사심의위 입법화해야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지난 3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라는 언급을 한 후 정치권은 물론이고 나라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윤 총장은 그 진의가 무엇이든 간에 현 정권하에서는 자유민주주의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된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법의 지배(Rule of law)’ 즉 법치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현직 검찰총장이 공개석상에서 반정부적 표현으로 오해를 살 수 있는 발언을 하기까지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독립성을 훼손하려는 정치권과 법무부의 견제로부터 준사법기관으로서의 검찰 위상을 지켜야 한다는 조직 수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작동됐던 것으로 추측된다.

윤 총장의 발언을 두고 크게 두 가지로 평가가 나뉘고 있다. 하나는 윤 총장이 취임 시 언급한 대로 조직에 충성하는 총장으로서 검찰의 밥그릇 지키기라는 시각이다. 반면 지난해 조국 사태를 계기로 청와대와 법무부의 지속적인 수사 개입이 시도되는 상황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지키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시각이다. 서로 다른 평가인 듯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그 자체는 지켜져야 할 가치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미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한 대한민국이 검찰 독립성 논란으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즉 대한민국 검찰은 아직도 정치로부터 독립돼 있지 못한 미완의 준사법기관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지난 수십년간 우리 검찰은 권력의 시녀라는 오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권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제정과 검찰청법 개정 등을 통해 총장의 수사지휘권과 인사 의견 개진권마저 전면 박탈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마치 검찰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공식화하려는 듯한 자세다. 이번 윤 총장의 발언은 이를 감안한 고육지책이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분명한 것은 하나 있다. 검찰이 법·제도적으로 권력의 시녀로 공식화되는 순간 대한민국은 국민의 자유와 재산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독재국가로 전락한다는 점이다.

지금부터라도 서둘러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를 다시 마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검찰 개혁 차원에서 대검찰청 예규에 근거해 설치한 수사심의위원회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해 수사 계속 여부,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된 사건의 수사 적정성·적법성 등을 제삼자인 전문가들이 심의하고 결정을 권고한다. 즉 검찰이 중립적·독립적이라는 사실을 제삼자를 통해 국민에게 보여주는 제도다. 다만 권고적 효력밖에 없기 때문에 검찰의 수용 여부를 두고 정치권과 법무부 장관의 압력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에 연루돼 수사를 받고 있는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수사심의위가 불기소·수사중단 권고 결정을 한 것과 관련한 최근 사태를 보면 분명해진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해서는 수사심의위 제도를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번을 계기로 검찰청법을 개정해 수사심의위를 법률기관으로 승격시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견고히 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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