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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마구잡이로 법 만드는 시대

배병우 논설위원


이재명 경기지사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76명 모두에게 편지를 보내 대부업체의 금리를 10%로 제한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지난 7일이다. 그러자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법정 최고이자율을 현행 24%에서 10%로 낮추는 내용의 이자제한법·대부업법 개정안을 즉각 발의했다. 저소득층의 이자 부담을 낮추자는 취지는 이해된다. 하지만 시장에서 결정되는 이자를 이렇게 급격히 낮추는 것은 정책 당국자들이 경계하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강제로 이자를 연 10% 밑으로 내리면 신용 취약자들은 제도권 금융시장에서 밀려나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이자율 상한 정책의 폐해에 관한 연구 결과와 사례는 차고 넘친다. 이처럼 논란의 소지가 큰 법안이 즉각 발의된 것은 법이 얼마나 허술하게 만들어지는지 잘 보여준다. 법안이 발의되려면 의원 10명의 동의가 필요한데, ‘법안 품앗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법안 내용은 보지도 않고 상부상조로 동의한다는 것이다. 21대 국회가 개원한 지 채 석 달이 안 됐는데, 발의된 법안 수가 2748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절대다수인 2579개(94%)가 의원 발의안이다.

정부 발의안이 부처 간 조정과 국무회의 등을 거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평이지만 최근에는 그렇지도 않다. 논란이 된 부동산세법의 경우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부안 대신 의원 입법으로 제출돼 통과됐다.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세법을 의원 발의안으로 한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가 있다.

최근 의원 발의 법안의 폭증은 긍정적으로 보기 힘들다. 다른 의원들이 이미 발의한 것과 유사한 법안을 발의하거나 경미한 자구 수정만으로 수십 건의 일괄 조정 법률안을 발의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국회라는 가능성의 공간’의 저자 박선민 보좌관(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은 “법이 많이 발의되면 갈등적 요소가 적은 소위 ‘비쟁점 법안’을 먼저 다루게 된다. 따라서 정작 중요한 법안들은 다루지 않게 돼 국회가 현실과 유리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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