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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 칼럼] ‘영원한 캠페인’ 정치의 종언


청와대 집단 사표는 위기 국면 스스로 인정하는 행위
위기 원인은 청와대 참모진이 선거캠페인에는 능해도 실행능력은 떨어지기 때문
결과 없는 감성·이미지 중심 캠페인 정치가 지난 3년 동안 계속된 것은 아닌가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5명이 사표를 냈고, 이 중 절반이 교체됐다는 건 굉장히 큰일이다. 정권이 상황을 심각한 위기로 인식하고 있고, 위기 돌파를 위한 국면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과거 정권이 대부분 청와대와 내각 인사를 위기 탈출용으로 활용했지만 문재인 정권은 그렇진 않았다. 현 상황을 어느 정도로 심각하게 여기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위기는 부동산 정책이 결정타이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건,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대하는 일부 친문 지지세력의 태도, 검찰을 다루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언행과 인사 등 다른 요인들이 있지만 부동산 문제는 차원을 달리한다. 정치 현안이나 사건은 명분과 관행, 관련법 등 일종의 전례, 기준을 봐가며 태도를 결정한다. 부동산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 사람의 생업이나 자산, 나아가 일생과 관련이 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는 전월세, 돈 좀 모아서는 대출 낀 주택 구입, 노후에는 달랑 남은 집 한 채에 의지해야만 하는 게 보통 사람들이다.

게다가 고위 공직자들의 다주택 보유, 국민에게는 팔라고 강요하면서 자신은 팔지도 않는 비양심적 행위, 구차스러운 변명 같은 것들은 보통 사람들의 속을 뒤집어 놓기에 충분하다. 이 정도면 도덕적 불감증에 걸린 거다.

문 대통령은 1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제도가 적지 않게 변화하면서 국민께서 불안이 큰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해를 구하고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고, 많은 이들의 불만을 현장의 혼선으로 이해했다.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듯하다. 그러면 굳이 비서실장과 수석들이 집단 사표를 낼 이유가 전혀 없지 않은가. 부동산 대책을 23번 내놓을 이유도 없다. 대통령 발언과 현재 벌어지는 일들 사이에서 혼란스럽다.

이런 상황을 여론은 즉각 알아챈다. 8·4 부동산 대책 이후 리얼미터의 지난주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지지율 차이가 0.5% 포인트로 좁혀졌다. 또 대통령 국정 수행의 부정 평가가 긍정을 올라선 데드크로스 현상이 일어났으며, 일간 기준으로는 통합당 지지율이 앞선 날도 있었다. 정치 전술과 정책의 홍보·포장에 능한 여권 핵심부가 중도층·중산층을 마치 적 대하듯 하니 민심 이반 조짐이 일어나는 것이다. 자신을 중도층이라고 대답한 응답자 중에서 민주당(31.5%)보다 통합당(37.4%) 지지가 우세했다. 몇 달 전 조사들과는 확연히 다른 흐름이다. 중도층의 국정 수행 부정평가도 59.8%로 긍정평가(37.9%)를 훨씬 앞지른다. 중도층의 의견은 민심 향방을 측정할 수 있는 중요 요소다.

부동산 정책은 어쩌다 강남집, 어쩌다 다주택 보유자 등 보통 사람들을 적대시 했다. 각가의 사정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내 집 마련이 생애 최고 목표인 사람들까지 죄다 징벌의 대상이라면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직(職)보다는 집을 택했다’는 조롱과 함께 청와대 집단 사표에도 여론은 싸늘하다. 여당 내에서도 지도부가 억누르고 있어서 그렇지 민심 이반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근본 원인은 386세대로 상징되는 운동권 정치에 있다. 이제 유권자를 머릿수로 계산해 99대 1로 갈라치는 정치, 구호와 캠페인으로 치장한 정치, 성과 없는 정치, 실사구시보다는 일방적 이념과 신념을 기반으로 한 정치는 생명을 다해가고 있다.

대통령과 정권 핵심운영자들에게 필요한 덕목은 정책 입안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실행 능력이다. 세 가지 다 필수지만 특히 실행 능력은 중요하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지도력이기도 하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고 포장을 잘했더라도 정치는 결국 결과다. 하버드대 교수로 미국 대선 캠페인에도 참여했던 정치학자 일레인 카마르크는 저서 ‘대통령은 왜 실패하는가’에서 이렇게 진단한다. 대선 캠페인을 함께했던 참모들이 주로 대통령을 옆에서 보좌하는데 이들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뛰어나다. 그들은 백악관에 들어가서도 선거 캠페인 때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영원한 캠페인’을 벌인다. 그래서 조화와 균형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실행 능력은 떨어질 것이다.

우리는 지금, 감성·이미지 중심의 ‘영원한 캠페인’ 정치의 종언을 목도하기 시작한 것일 수 있다.

편집인 m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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