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초 잡아라’ 누가 지시했나… 본격 수사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 실종자 유가족 춘천시에 근무일지 정보공개 청구

지난 6일 오전 의암호에서 발생한 선박 전복사고의 원인이 된 인공 수초섬. 사진은 사고 전 의암호의 하트 모양의 인공 수초섬의 모습. 춘천시 제공

지난 6일 춘천댐과 소양댐이 초당 5000t의 물을 방류하자 의암호의 유속은 평상시 10배인 시속 10㎞에 달했다. 의암댐은 14개 수문 중 9개를 열고 초당 1만t을 하류로 쏟아냈다. 춘천시청 공무원과 기간제 근로자, 인공 수초섬 관리업체 관계자들은 배를 띄워선 안 되는 상황에서 의암호에 배를 내렸다. 결국 3척 모두 전복돼 7명이 물에 빠졌고, 2명은 구조됐고 4명은 숨졌으며 실종된 2명은 행방조차 찾을 수 없는 상태다.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는 지난 6일 오전 11시34분쯤 의암댐 상부 500m 지점에서 발생했다. 이들은 의암호 선착장 앞에 설치해뒀던 인공 수초섬이 물살에 떠내려가기 시작하자 고정작업을 벌이다가 사고를 당했다.

발단이 된 수초섬 고정작업 지시는 누가 내린 걸까. 실종자 유가족들은 춘천시에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민간업체 직원 A씨(47) 유가족은 10일 “업체 관계자에게 듣기로 근로자 3명이 오전 8시에 현장 상황을 촬영해 공무원과 업체 상사에게 보냈다”며 “오전 9시쯤 중도 선착장에서 노란색 우비를 입은 2명이 A씨를 불러서 뭔가를 얘기했고, A씨가 동료 2명에게 ‘보트를 내리란다’는 말을 하면서 고정작업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A씨가 소양강댐 방류가 이뤄진 사고 전날 정오쯤 춘천시 공무원에게 “3시부터 소양댐을 방류하니 인공 수초섬 안전하게 관리해주세요”란 문자를 받았다고도 했다. 사고 당일 오전 8시쯤엔 1분 간격으로 ‘춘천시 공무원’으로부터 두 차례 전화가 걸려온 기록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고로 실종된 B씨(57) 가족은 지난 9일 춘천시청에 근무일지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기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왜 작업이 강행됐는지, 당시 근로자들이 어떤 상황에서 근무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B씨는 의암호 일대에서 환경감시선을 타고 부유물을 수거하는 일을 담당했다. 유가족은 “사고 당일 인공 수초섬 고정작업 지시를 누가 내렸는지가 가장 확인하고 싶은 부분”이라며 “당시 유속이 몹시 빨랐고, 기상도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사고 전후 상황을 밝히고자 정보공개청구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춘천시는 수초섬이 지난 7월 30일부터 ‘공사 중지’ 상황임을 들어 위험 속에서 관련 지시를 내릴 행정상 근거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사고와 관련해 어떠한 부분이든 숨기지 않고 투명하게 공개하겠다. 추후 책임질 부분은 반드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 춘천시 입장”이라고 밝혔다.

경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 휴대폰과 차량 블랙박스를 분석하고 있다. 경찰순찰정 CCTV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의암댐 주변 CCTV를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화질 선명화 작업을 의뢰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확보한 CCTV와 블랙박스 등을 바탕으로 사고 관계자 조사를 진행해 최대한 신속하게 사고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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