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北, 또 수문 열면 올해 농사 끝장” 임진강 주민들 노심초사

“만조 겹치면 낭패” 하류도 비상… 어민들 “방류 땐 어류 폐사” 한숨

지난주 집중호우로 침수됐던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변 지역 주민들이 10일 비가 계속 내리면서 다시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강물을 쳐다보고 있다. 한강홍수통제소는 이날 낮 12시를 기해 임진강 일부에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 연합뉴스

장마전선이 10일 오후부터 다시 경기도 북부지방에 많은 비를 뿌리기 시작하면서 접경지역 주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지난주 폭우와 북한의 황강댐 무단방류로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또다시 폭우로 임진강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추가 피해를 입을지 걱정했다.

한강홍수통제소에 따르면 경기도 연천 필승교 수위는 10일 오후 12시30분 8.39m를 기록해 위기경보 관심단계를 기록했다. 수위는 10분마다 6~8㎝씩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강홍수통제소는 이날 낮 12시를 기해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

국민일보가 이날 둘러본 파주 등 접경지역 주민들은 임진강 수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임진강 상류 지역 주민들은 북한 지역에 내린 많은 비 때문에 북한이 협의 없이 황강댐 물을 다시 방류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고, 하류 지역에서는 상류에서 내려오는 물이 만조시간대와 겹칠까 노심초사했다.

김병수(62) 파주 임진리 이장은 “오후 2시쯤 마을 사람들 휴대전화 재난문자로 군남댐 방류 소식이 알려져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걱정하고 있다”면서 “북한에서 또 협의 없이 황강댐 물을 방류하면 임진강 수위가 순식간에 불어날 수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이장은 지난 주말 내내 민간인통제구역 내 수해를 입은 논밭 1만6500여㎡(5000여평)를 복구했지만 다시 강뻘이 논밭을 뒤덮을까 두렵다고 했다. 그는 “어제까지 내린 비는 그래도 강뻘을 씻겨줬지만 북쪽에서 다시 많은 물이 한꺼번에 내려오면 올해 농사는 끝나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파주 율곡리에서 만난 차모(74)씨도 “군남댐에서 임진강까지 물이 닿으려면 5시간 정도 걸리는데 오늘 밤부터 11일 오전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면서 “다시 강이 범람하면 아무것도 건질 수 없다”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강을 바라봤다.

하류에 사는 주민들은 서해의 만조시간과 불어난 강물이 하류에 도착하는 시간이 겹칠까 노심초사했다. 파주 오금1리 주민 18명은 이날 오전 대피령이 해제돼 귀가했지만, 다시 많은 비가 내리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영수 이장은 “밀물 때 상류의 물이 쏟아진다면 가장 젊은 층이 60대 중반인 우리 마을은 대피도 힘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진강변 어부들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난 주말에만 임진강 5개 선단 80여척 중 20척 가까이가 유실됐다. 어촌계 사무실에서 만난 어민 장모(51)씨는 “황강댐에서 통보 없이 수문을 열면 방어용 댐인 군남댐도 함께 문을 열게 되는데 이때 깊은 곳의 차가운 물이 하류로 쏟아지게 된다”면서 “갑자기 수온이 내려가면서 어류도 폐사하게 되고 논밭도 냉해를 입는다”고 걱정했다.

많은 주민들은 임진강 수위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북한이 또다시 예고없이 황강댐을 무단방류한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은 10일 오후까지 황강댐 방류 여부를 공식 확인해주지 않았다.

파주=황윤태 기자, 강보현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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