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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 노인, 내년부터 부양의무자 있어도 생계급여 받는다

제2차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 발표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등 빈곤 사각지대 해소 방안을 담은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의결한 10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의결된 계획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장애연금 27만원으로 근근이 사는 지적장애인 A씨(32)는 부양의무자인 부모에게 소득과 재산이 있다는 이유로 생계급여를 받을 수 없었다. A씨 부모는 월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소득에 1억3000만원의 부채까지 있어 A씨를 온전히 부양할 수 없었지만 부양의무자 소득 기준액(83만원)을 초과한다는 이유로 부양능력이 있다고 평가됐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1월부터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이 있는 가구에 대해선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기로 해 A씨는 매달 약 53만원의 생계급여를 새로 받을 수 있게 됐다.

국민의 최저생활 보장을 목적으로 제정된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정부는 2000년부터 일정 수준 이하 소득의 가구를 선정해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 등을 지급하고 있다. 이 급여를 받으려면 ①신청가구의 소득 및 재산 ②부양의무자 유무 및 이들의 소득과 재산 등 2가지 요건에서 기준치를 충족해야 한다.

이 중 ‘부양의무자 유무 및 이들의 소득과 재산’ 요건은 매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자녀나 배우자로부터 실제 부양을 받지 못하는데도 이들의 소득, 재산이 잡힌다는 이유로 수급자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자신이 부양받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해 스스로 수급권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정부는 2015년 교육급여, 2018년 주거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을 각각 폐지하고, 중증장애인이나 노인이 있는 가구를 부양의무자에서 제외하는 등 부양의무자 기준을 순차적으로 완화했다. 오는 2022년부터는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도 완전 폐지된다.

정부는 10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확정된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21~2023년)’에 따라 우선 노인과 한부모 가구에 대해 내년부터 부양의무자 유무와 관계없이 생계급여를 지급하기로 했다.

소득 산출방식도 개편해 생계급여 수급자 지원을 확대한다. 수급자 선정 및 지원액을 결정하는 데 쓰이는 ‘중위소득’ 기준을 높여 더 많은 수급자를 발굴한다는 목표다.

중위소득은 전 국민을 100명이라 가정하고 여기서 소득규모 50번째에 해당하는 사람의 소득을 말한다. 이 중위소득의 30% 이하면 생계급여, 40% 이하는 의료급여 수급자가 된다. 중위소득이 높아지는 만큼 수급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중위소득 산출에 쓰던 ‘가계동향조사’가 아닌 중위소득이 더 높게 나오는 ‘가계금융복지조사’ 통계를 활용하기로 했다.

1, 2인 가구에 대한 생계급여 지원액도 늘리기 위해 1, 2인 가구에 대한 가구균등화지수를 상향 조정함으로써 가중치를 높인다. 보건복지부는 1인 가구의 가구균등화지수를 종전 0.370에서 0.400으로 높이면 1인 가구의 최대 생계급여액이 2020년 52만7000원에서 2023년 57만6000원으로 10%가량 증액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2차 종합계획을 놓고 일각에선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 폐지 대상에 의료급여가 빠져 문재인정부가 공약한 ‘부양의무자 완전 폐지’의 임기 내 실현이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저소득층의 의료서비스 확보는 의료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 폐지보다 비급여의 급여화, 건강보험료 부담 완화가 더 중요하다”며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보장 강화방안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의료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적용 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3차 종합계획에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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