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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태양광, 홍수 피해 키웠나…정부 “그럴 리가”, 전문가 “그럴 수도”

태양광 12곳 산사태… 원인 분석

8일 오후 충북 제천시 대랑동 태양광 설비가 산사태로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올여름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산지(山地)에 있는 태양광 발전시설이 산사태의 주범이라는 주장이 분출하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에 따라 태양광 설비가 급속도로 늘어난 탓에 정부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전체 산지 태양광 설비 가운데 산사태가 발생한 곳이 극히 일부라는 점을 강조하며 “산지 태양광 확산이 산사태의 원인이라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는 “산지 태양광 증가가 산사태 위험을 높인 것은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11일 산림청에 따르면 올여름 집중호우 기간 산지 태양광 지역 산사태는 경북 성주·고령·봉화(2건), 충남 금산(2건)·천안, 충북 충주·제천, 강원 철원, 전북 남원, 전남 함평 등에서 12건 발생했다. 이 가운데 8건이 이미 가동 중인 설비였고, 공사 중인 설비가 4건이었다. 산림청 관계자는 “대부분 지역이 대규모 산사태가 아닌 토사유출 수준”이라며 “인명피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발전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와 관련해 “이번 폭우로 발생한 산지 태양광 피해는 올해 산사태 전체 1174건 가운데 1%, 전체 허가된 산지 태양광 발전 설비 1만2721개 가운데 0.1%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통계적으로 산지 태양광이 산사태를 유발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산지 태양광 허가 면적은 2017년 1435㏊에서 2018년 2443㏊로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산사태 발생 면적은 오히려 94㏊에서 56㏊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산지 태양광 허가 면적이 1024㏊로 줄었지만, 산사태 발생 면적은 155㏊로 늘었다.

산업부는 기존 25도까지도 내주던 경사도 허가 기준을 15도까지만 허용하는 쪽으로 강화하고, 개발행위준공필증 제출과 산지 중간복구를 의무화하는 등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수의 토목 전문가들은 정부의 설명처럼 산지 태양광이 산사태와 무관하다고만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산지 태양광 설비 건설 과정에서 산림을 훼손하는 것 자체가 산사태 위험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태양광 설비는 햇빛을 최대한 오래 쬐게 하려고 경사가 있는 산비탈에 설치하는데 이를 위해 나무를 베고 표면을 깎아내린다. 이와 관련해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대부분 돌산 위에 1m가량 흙이 이불처럼 덧씌워져 있는 구조”라며 “태양광 설치를 위해 나무를 베고 땅을 판 상태에서 폭우가 내리면 발전설비 인근의 토사가 흘러내려 산사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산지 태양광 설비는 땅을 평평하게 다진 상태에서 설치되지만, 이 역시 산사태 위험을 높이기는 마찬가지다. 임종철 부산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표에 풀이 많으면 폭우에 땅이 파이는 것을 줄일 수 있지만, 태양광 발전 설비 아래에는 그늘로 인해 풀이 자라지 않아 폭우가 쏟아지면 발전설비 위에서부터 시작된 토석류(흙과 돌이 물에 섞인 것)가 그대로 아래로 내려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산지 태양광 설비 허가 기준을 강화해 배수로와 옹벽 등 설비를 의무화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산지 태양광 주변 배수로를 살펴보면 상당수 배수로가 관리가 안 돼 토사물로 막혀 있거나, 잘못 설계된 탓에 빗물이 배수로 옆으로 흘러내린다고 지적했다. 이 전 교수는 “태양광 발전은 발전 효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발전 사업자가 이윤을 내기 위해서는 옹벽이나 배수로 같은 안전 설비에 큰 비용을 투자할 수 없다”며 “형식적으로만 만들어놔도 산림에 대해 잘 모르는 산업부가 이를 제대로 잡아낼 수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임 교수는 “산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곳이라 해서 그냥 안심할 수는 없다. 정부가 늘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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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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