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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유동성 덫에 걸린 부동산 정책

오종석 논설위원


대한민국에선 지금 부동산 때문에 나라가 곧 망할 것처럼 난리다. 시장 불안으로 다수 국민이 불안감에 휩싸였고, 정부에 대한 불만도 폭발 직전이다.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분노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국제사회는 오히려 정반대의 진단을 하고 있다. 12일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2018년 4분기부터 2019년 3분기까지 63개국 중 45개국의 집값이 오른 가운데 한국 집값 상승률은 1.1%로 37위에 그쳤다. 이 중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7개국만 보면 26위로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OECD도 전날 공개한 ‘한국경제보고서’에서 한국 집값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최근 OECD 32개국의 실질집값 변동률에 따르면 한국은 끝에서 다섯 번째다.

문제는 유동성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유동성이 과잉 공급되고 최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집값 상승 국면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보수 야권에서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전제하에 현 정부가 비슷한 실패를 따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돈이 넘치는 시기였던 당시도 한국의 부동산 대책은 선방했다. OECD가 집계한 2000~2006년 한국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조사대상 국가 중 네 번째로 낮았다.

미국은 코로나19로 지난 3월 기준금리를 1.5% 포인트 내리자 이후 두 달 동안 주택가격이 단숨에 2.1% 뛰었다고 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00년대 5%대에서 지금은 0.5%로 떨어졌다. 부동산 시장에 돈이 넘쳐나는데 오르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다. 최근 주가가 2년2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주식시장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도 유동성 장세 때문이다.

결국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초저금리로 인한 과잉 유동성 상황에 투기 수요가 겹치고, 수급 불균형까지 중첩된 결과라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로만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정부는 이제라도 한계를 인정하고 부동산 정책의 궁극적 목표를 집값을 잡는 쪽이 아니라 주거 안정에 맞춰야 할 것이다.

오종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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