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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서울시의 이유 있는 반기

김재중 사회2부 선임기자


서울시 주택정책 실무를 총괄하는 김성보 주택건축본부장은 8·4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기 며칠 전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서울시는 부동산을 정책으로 하지, 정치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다소 철학적인 얘기처럼 들렸다. 하지만 8·4 대책이 발표되고 정부가 밀어붙인 공공참여형 재건축에 서울시가 이의를 제기했을 때 그 맥락이 이해가 됐다.

정부와 서울시는 지난 4일 합동으로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태릉골프장 등 신규택지 공급,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등 기존 사업 고밀화, 공공참여형 재건축 활성화 등이 골자다. 그런데 4시간도 되지 않아 서울시가 별도 브리핑을 통해 공공재건축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첫날부터 삐걱’ ‘서울시 반기’ 등의 보도가 잇따랐고 결국 서울시가 공공재건축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뒤끝이 개운치 않다.

정부 여당은 강남 중심으로 집값이 또다시 들썩일 것을 우려해 공공기관 주도의 공공재건축만 허용했다. 반면 서울시는 민간 사업자를 끌어들여야 주택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며 일반재건축 규제 완화를 제안했다. 김 본부장은 “정비사업(정책) 20년 했는데 돈 되면 (민간에서) 사업한다”고 했다. 그는 수많은 조합을 만나 그들이 뭘 원하고, 어떻게 해야 사업이 이뤄질 수 있는지 안다. 그래서 비정상적인 규제로 중단된 민간재건축 시장을 조속히 정상화하되 임대·소형주택 등을 늘려 공공성을 강화하자고 했던 것이다.

공공재건축 방안에 대해선 강남과 여의도 등 주요 재건축 조합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강북지역 재건축 조합들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올려서 고밀 개발을 해봤자 기대수익의 90% 이상 환수하기 때문에 매력이 없다고 본 것이다. 벌써 공공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 목표(5만호)가 제대로 실현될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35층 층고제한 완화도 논란이 많다. 외국인들이 서울에 와서 놀라는 것 중 하나가 1000만 도시의 어디서든 주변의 산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인왕산, 북악산, 남산, 낙산 등 서울의 내사산 높이(90m)를 고려해 ‘35층 룰’을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50층까지 허용하게 되면 조망권을 해치게 된다.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미래 세대의 보물’이라며 불가 원칙을 고수했듯이 층고제한도 시민 의견을 들어 신중하게 결정할 일이다.

이번 대책에서 처음 제시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모델은 주목할 만하다. 구입 초기에는 분양가의 20~40% 지분 비용만 내고 살면서 20~30년간 4년마다 형편에 맞게 10~20%씩 지분을 추가 취득해 소유권을 갖는 방식이다. 입주 전에 분양대금을 완납하는 기존 공공분양에 비해 초기 자금 부담이 적고 장기간 거주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정부가 어렵게 공공택지로 발굴한 정부과천청사, 서울지방조달청 부지 등에 짓는 신규 주택도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나 장기공공임대로 공급해야 ‘로또분양’을 막을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주택이 투기 대상이 아니라 살 곳이 되기 위해서는 임대주택이 서민주택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쾌적한 주거공간으로 인식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공공임대주택을 저소득층을 위한 영구 임대주택뿐 아니라 중산층까지 포함해 누구나 살고 싶은 ‘질 좋은 평생주택’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힌 것은 긍정적이다. 경기도가 3기 신도시 역세권에 무주택자 누구나 소득·연령에 상관없이 30년 이상 살 수 있도록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짓겠다고 한 기본주택 사업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재중 사회2부 선임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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