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일상의 언어로 감각적으로 전하다

사복음서 설교/유진 피터슨 지음/양혜원 옮김/복있는사람

유진 피터슨 목사는 기독교 특유의 신비를 일상 언어로 풀어내는 데 탁월했다. 사진은 피터슨 목사의 생전 모습. 미국 네브프레스 출판사 제공

끼니때 손님이 예고 없이 집으로 찾아오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2000여년 전 예루살렘 근처 베다니에 살던 예수의 친구 마르다도 그랬다. 예수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정신없이 침구를 정리하고 식사를 준비한다. 설상가상 이웃들이 소문을 듣고 몰려와 식사 준비량도 평소보다 배로 늘었다. 부랴부랴 시장에서 샐러드에 넣을 올리브유를 사고, 빵을 만들기 위해 밀가루를 치대는데 예수 곁에 태평히 앉아있는 동생 마리아가 보인다. 짜증이 솟구친 마르다는 “동생더러 거들라고 말씀해 주십시오”라고 예수에게 부탁한다. 예수의 답은 이랬다. “마르다야, 많은 일로 염려하며 들떠 있구나. 마리아는 좋은 몫을 택했으니 아무도 그에게서 이를 빼앗지 못할 것이다.”

손님 대접에 애쓰는 마르다 대신 무책임하게 행동한 마리아를 칭찬한 이 말은 공감보단 의문을 자아낸다. 이야기 속 예수는 “세상을 구원하는 일은 잘해도, 가정이나 사업을 꾸리는 데는 영 소질이 없어” 보인다.


영성신학자 유진 피터슨(1932~2018) 목사의 ‘사복음서 설교’(복있는사람)에 등장하는 이 이야기는 누가복음 10장 38~42절을 재구성한 것이다. 책은 피터슨 목사의 생전 마지막 작품 ‘물총새에 불이 붙듯’ 미출간 원고를 모아 최근 출간됐다. 책에는 사복음서인 마태·마가·누가·요한복음을 본문으로 한 그의 설교 31편이 담겼다.

피터슨 목사는 마르다와 마리아 이야기를 위 내용처럼 이해하는 게 “가장 흔한 방식”이라고 말한다. 그는 “복음서 본문을 읽을 땐, 이야기 전체를 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며 사건 경위를 마저 전한다.

당시 예수는 십자가 죽음에 앞서 제자들에게 하나님 영광을 위해 사는 법을 전수 중이었다. 머잖아 예수는 예루살렘에서 이들의 곁을 떠날 터였다. 마리아는 예수의 마지막 가르침에 주의를 기울였고, 접대에 집중한 마르다는 그러지 못했다. 피터슨 목사는 말한다. “사는 일만큼 가르침과 훈련이 많이 필요한 일도 없습니다.… 인내와 온유함으로 사는 것, 희생적으로 접대하는 것, 존엄성과 기쁨을 갖고 사는 것.… 이런 삶에 대해 예수보다 탁월하게 가르쳐 줄 수 있는 분은 없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마리아의 결정은 합리적이자 현실적이었다.

비기독교인에게도 친숙한 ‘탕자의 비유’ 역시 피터슨 목사가 풀면 색다른 이야기가 된다. 그는 아버지 재산을 탕진한 둘째와 묵묵히 집안 재산을 지킨 맏아들 모두 탕자로 본다. 전자가 외적으로 방탕했다면, 후자는 교만과 시기심이 가득 찬 ‘내적 탕자’라는 게 차이점이다. 둘째의 육체적 ‘방탕함’과 율법적 가치관으로 점철된 맏아들의 ‘신중함’은 둘 다 아버지와 관계를 망치는 주범이다. 두 태도는 신앙뿐 아니라 인간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방탕함과 신중함은 형제 사이에도 커다란 장벽을 세웁니다. 방탕한 사람은 신중한 사람을 경멸하고, 신중한 사람은 방탕한 사람을 멸시합니다.… 그런 다음 스스로 아버지와의 교제에서 끊어버립니다.”

피터슨 목사는 일상의 언어로 복음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데 탁월하다. 10여년간 성경 원문을 현대어로 번역해 ‘메시지’ 성경을 펴낸 그는 “성경공부에서 사용하는 말과 무지개송어 낚시할 때 쓰는 말 사이엔 언어의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일요일에만 쓰이는 교회 용어에 대해 ‘끔찍한 종교적 언어’라며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고 웅숭깊은 기독교 특유의 신비를 납작하게 표현하는 건 아니다.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는 황홀경의 경험도 일상 언어로 풀어낸다. 일례로 예수의 변화산 ‘변모’ 사건(마 17:5)을 설명하기 위해 대형 교통사고 위기에서 벗어난 지인의 경험을 든다. 구사일생의 경험을 한 이가 삶을 다잡듯이 제자들도 변화산의 기적을 본 뒤 삶의 태도를 바꿨다. 그리스도인도 기적을 품은 이처럼 살라고 권한다.

“생각하는 것, 보는 것, 사는 것이 달라져야 합니다. 베드로, 야고보, 요한처럼 우리가 보고 들은 모든 것의 증인이 돼야 합니다.” 고담한 필치 덕에 수필집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복음의 본령이 선명하게 전해지는 책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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