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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불법 빼고 다 처리해 드려요” 한국판 ‘셜록 홈즈’의 24시

‘탐정업 시대’ 발로 뛰는 ‘홈즈’들

레드캣 탐정사무소 김봉주 대표탐정이 지난 8일 경기도의 한 유흥가에서 망원 카메라를 이용해 한 여성을 주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 여성이 새벽일을 마치고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한다며 범행현장을 잡아 경찰에 신고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장대비가 쏟아지던 지난 8일 오후 10시. 경기도 모처의 한 유흥가 골목에서 난데없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빗길 사이로 능숙하게 운전대를 돌리는 사람은 레드캣 탐정사무소의 김봉주(39·여) 대표탐정. 그는 액셀을 밟으면서 잠복 중이던 동료 탐정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 “방금 여성 태운 검은 차량 쫓아.”

검정 차량은 20여분 뒤 한 노래연습장 앞에서 멈춰섰다. 여성들이 차에서 내려 건물 지하로 들어갔다. “그 여자 들어간 거 봤냐”고 김 대표가 묻자 동료 탐정은 “사진이랑 비슷한 사람이 1명 들어갔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카메라 망원렌즈로 노래연습장 쪽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는 “노래방 도우미는 1~2시간 안으로 나온다. 그 여성이 맞는지 확인해보고 맞는다면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때 검정 차량이 갑자기 시동을 껐다 켰다를 반복했다. 움직일지 말지 주저하는 듯했다. 김 대표는 “저쪽에서 우리 존재를 눈치챈 것 같다. 무리하지 말고 떨어져 대기해야겠다”고 했다. 이윽고 검정 차량 뒤편에 주차해 있던 동료의 흰색 차량이 노래연습장 옆을 유유히 지나갔다. 단속에 민감한 상대를 따돌릴 때 사용하는 수법이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잠복을 시작했다. 한 여성이 새벽일을 마치고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하니 현장에서 경찰에 신고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검정 차량은 여성이 타고 다니는 이른바 ‘보도방’ 차량이었다. 김 대표는 의뢰된 여성이 어디서 일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해당 차량을 미행하고 있었다.

김 대표의 탐정업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잔뼈가 굵은 업계 사람들은 모두 ‘여성이라 힘들어서 곧 그만둘 것’이라며 만류했다.

김 대표는 만능이 되기 위해 더 노력했다. 탐정 외에도 불법도·감청탐지업, 불법촬영영상탐지도 병행하고 있는 이유다. 이달 중으로 부산경찰청과 협업해 해운대해수욕장 불법촬영 집중 단속에도 나선다. 김 대표는 의뢰 수당에 대한 질문에도 “이달에만 4건을 처리했는데 건당 300만~400만원 사이였다”며 거리낌없이 답했다.

한국에도 ‘탐정업 시장’이 열리면서 탐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일부터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 개정으로 탐정이란 이름으로 영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지난 6일 오후 1시 경기도 화성의 한 모텔 앞에서 만난 장재웅(47) 웅장컨설팅 대표탐정은 모텔 주인에게 특정 호실의 투숙 여부, 장기 숙박료 등을 물어봤다. 수억원에 이르는 납품 단가를 지불하지 않고 잠적한 A씨를 찾기 위해서다. 그는 “법원 지급명령서에 나와 있는 주소가 이 모텔인데 A씨가 장기투숙을 했던 건 아닌 것 같다”며 “가족이 살고 있는 곳에 가야겠다”고 발걸음을 돌렸다. 약 40㎞ 떨어진 경기도 시흥의 한 아파트 주차장 앞에서 4시간여의 잠복이 또다시 시작됐다.

만나본 두 탐정의 가장 큰 바람은 ‘공인탐정제도의 도입’이었다. 국가가 탐정을 공인해야 흥신소와 구분을 두고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탐정제도는 민간협회에서 주관하는 시험에 통과하면 자격증을 발급하는 형식으로 운용된다. 장 대표는 “단순 신고제인 일본은 이미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며 “탐정업 문턱을 높여 전문직업으로서 인정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화성·시흥=글 사진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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