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다주택 NO”의 함정…‘강남 똘똘한 1채+전월세살이’ 수두룩

시골 작은 집 지분도 다주택 몰아 주택 수로 투기여부 판단에 의문


청와대 A비서관은 1주택자로 분류된다. 외연만 보면 다주택자를 투기로 보고 제재하려는 정부의 참모로서 적합하다. 하지만 A비서관의 부동산 내역을 보면 다주택자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본인과 배우자 공동명의로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재산신고액 기준 14억472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각자 7억원의 권리를 지니고 있어 종합부동산세 대상도 아니다. 1주택자의 경우 종부세 과세표준 산출 시 개인당 9억원을 공제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과세대상이 아닌 고가 전세도 보유 중이다. A비서관은 강남구 일원동 한 아파트에 본인 명의로 8억원짜리 전세를 임차했다.

경제부처 고위 공직자인 B씨는 정부의 제재 대상인 다주택자로 분류된다. 그런데 재산 내역을 뜯어보면 ‘다주택자=투기꾼’이라는 간단한 공식으로 정의하기 어렵다. B씨는 세종시 소재 아파트를 본인 명의로 소유하고 있다. 관보에 공개된 재산가액은 2억900만원이다. 나머지 한 채는 경남 합천군에 있는 단독주택인데 재산가액이 450만원에 불과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7남매가 7분의 1씩 주택 지분을 물려받았다. 부동산 자산만 보면 1주택자인 A비서관에 현저히 못 미치지만 정세균 총리가 처분을 명령한 다주택자의 범주에 속한다.

주택 수를 기준으로 고위 공직자 투기 여부를 판단하는 정부의 잣대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A비서관이나 B씨 사례처럼 형평성에 맞지 않는 사례가 다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일보가 12일 관보에 게재된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3월 기준 81명이 1주택자이면서 추가로 전월세를 살고 있었다. 청와대 및 50개 부·처·청·위원회의 본부·소속기관 1급 이상 고위 공직자만을 대상으로 부모·자녀 명의의 부동산을 제외하고 집계한 결과다.

사정이 있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직장 위치 문제다. 이들 중 15명은 수도권과 세종에 자가주택 및 전세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청사가 세종에 있다 보니 부득이하게 얻은 경우로 보인다. 반면 사회부처 소속 고위 공직자 C씨는 강남 압구정동에 14억원대의 자가아파트가 있으면서 강남 대치동에 9억원대 전세를 임차했다. 정 총리의 “다주택자는 집을 팔라”는 주문에서 자유로우면서도 ‘쏠쏠한 투자’를 한 셈이다. 그러다보니 상속 등의 이유로 다주택자가 된 이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다. 경제부처 한 공무원은 “공무원들이 승진 불이익 받을까봐 ‘부동산 눈치 보기 게임’을 하게끔 만든 상황이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토로했다.

전례도 없고 투기수요도 급감… ‘감독기구’ 설치 실효성 의문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10억 돌파… 강남은 20억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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