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목회자 ‘애드리브’ 논란, 메시지 맥락 살펴야

지난 2일 박지원 국정원장 방문 때 소강석 목사 발언 편집돼 공개되자 SNS에선 원색적인 공격 쏟아져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이슈 중 하나는 국정원장과 그가 방문한 교회 강단에서 나온 목회자의 발언이었습니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지난 2일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 주일예배에 참석했습니다. 기독교인이 아닌 그가 교회를 찾은 건 약속 때문이었습니다. 지난달 5일 해당 교회에서 ‘통일과 한국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던 그는 강연 이틀 전에 국정원장 후보자로 지명돼 일정을 취소해야 했습니다. 미안한 마음은 ‘차후 교회 방문’이란 약속을 남겼고 지난 2일 그 약속을 이행했습니다.

소강석 목사는 설교 후 광고시간에 박 원장의 방문 사실을 알리며 성도들에게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전했습니다. 박 원장의 정치적 신념, 선거 낙마 후 건넨 위로, 앞으로 수고에 대한 격려 등의 이야기였습니다. 이 내용이 일부 편집돼 영상으로 공개되자 원색적인 비난과 인신공격이 쏟아졌습니다.

SNS에서는 ‘대형교회 목회자가 인기주의에 영합하는 것 같아 참담하다’ ‘강단에서 공무원에게 안수해 달라고 하고 점쟁이 운운하는 건 목회자로서 자질 부족이다’ 등의 공격이 쏟아졌습니다. 반대편에서는 ‘그동안 보수 기독교계를 대표하며 종교인 납세 문제, 차별금지법 반대 목소리를 내온 목회자를 향한 흠집 내기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려는 목회자의 노력을 폄훼 말라’ ‘국정원장이란 직책의 중요성과 영향력을 알기에 한국교회 생태계를 지키려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다’ 등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강단에서 전달되는 목회자의 발언은 상당한 영향력을 가집니다. 목회자에게 주어진 공적 직분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그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이들이 많을수록 그 영향력은 커집니다. 그렇기에 가벼운 농담, 위트를 가미한 제언 하나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자신이 던진 짧은 한마디가 오해를 낳고, 때로는 의도치 않은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목회자의 발언을 곡해하고 악의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더욱 피해야 합니다. 해당 목회자를 비판한 이들이 도마 위에 올린 발언은 이렇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청문회에 임하는 모습을 보고 전화를 했습니다. 그 위트와 지혜를 저도 좀 달라고. 제게 안수를 좀 해주시겠습니까.” “(낙선한 뒤) 찾아가서 위로해드리고. 지금까지의 정치적 노하우와 축적된 실력을 하나님께서 가만두지는 않고 쓰임받게 하실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의 종의 말을 이뤄주시더라고요. 내가 점쟁이를 해야 되나.”

전체 내용을 들여다보면 논란이 된 ‘안수’ ‘점쟁이’ 발언은 메시지의 중심이 아닌 추임새에 해당합니다. 위트와 지혜는 ‘안수’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목회자가 진심으로 점쟁이가 되고 싶어 한 말도 아니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소 목사도 지난 9일 강단에서 “본질을 가릴 만큼 애드리브가 과했다면 비판을 받겠다. 사역의 진정성만은 알아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한국교회에도 복음 안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극복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저지를 위해 모처럼 ‘함께’ ‘같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와 다름’을 부각하는 대신 ‘하나 됨’을 위해 노력한 결실입니다. 그러나 이번엔 본질 대신 애드리브를 둘러싼 비난과 논쟁이 벌어져 아쉽습니다. 발언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상대방의 신념과 방식을 존중할 때 비로소 교회가 세상의 벽을 허물 수 있지 않을까요.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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