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억 vs 1300만원… 의원들도 부동산 따라 ‘부익부 빈익빈’ [이슈&탐사]

[의원님들의 부동산 포트폴리오 : 세금은 얼마나 내셨나요] ④양극화 부추기는 조세체계(끝)


‘2156억8575만원 vs -8467만원.’

21대 국회의원 중 재력가 상위 10명의 재산(총선 당시 신고액 기준) 합계와 하위 10명의 재산 합계다. 하위 10명의 재산은 자산에서 빚이 많다는 의미다. 부의 양극화 단면이다.

국민일보는 13일 부의 양극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21대 국회의원 중 2016년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 대상이었던 의원들의 자산 변동 내역과 납부 세금을 추적해 봤다. 비교 분석이 가능한 상위 10명의 재산은 지난 5년간 282억3868만원 증가한 반면 하위 10명의 재산은 1296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부자 국회의원들이 자산을 불리는 동안 재산이 줄어든 의원도 있었다.


자산이 부를 갈랐다

재산 증가율 1위는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그의 재산은 2016년 237억9138만원에서 올해 360억3621만원으로 122억4482만원 늘었다. 빌딩 등 건물 가액이 337억7694만원에서 397억7500만원으로 59억9806만원 늘었다. 예금은 57억568만원에서 63억8814만원으로 늘었다. 재산 증식 대부분이 보유 자산을 통해 이뤄진 셈이다. 박 의원이 지난 5년간 낸 세금은 모두 34억2986만원인데 소득세가 29억4875만원이었고, 재산세(3억8641만원)와 종합부동산세(9469만원) 등 보유세는 4억8110만원에 불과했다.

재산 순위 전체 1위인 박덕흠 미래통합당 의원 재산은 540억9428만원에서 590억7677만원으로 49억8249만원 증가했다. 210억원대의 토지 가액은 변동이 거의 없었고, 강남과 송파 소재 아파트 2채 가액이 22억원가량 늘었다. 예금이 16년 48억2981만원에서 187억334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같은 당 백종헌 의원도 재산이 151억1045만원에서 198억3749만원으로 47억2703만원 늘었는데 토지 가액이 14억원, 건물 가액이 35억원 늘었다. 지난 5년간 총 납부 세액은 박 의원이 40억6164만원, 백 의원은 15억3036만원이다. 이들이 낸 종부세는 각 1억3504만원, 1744만원에 그쳤다.

부의 양극화 핵심은 이처럼 자산 소유 정도에서 비롯됐다. 자산을 들고 있는 의원은 더 부자가 됐고, 그렇지 못한 의원과의 간극이 벌어졌다. 부자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었다.

1주택자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2016년 5억2923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그의 재산은 올해 13억3327만원으로 증가했다. 예금과 주식 평가금이 3억원 이상 늘었고, 서울 신당동 아파트 가액도 4억9200만원에서 7억원으로 2억원 이상 증가했다. 이 아파트 실거래가는 지난달 12억7000만원까지 뛰었다.

반면 무주택자 강훈식 민주당 의원 재산은 같은 기간 3억3356만원에서 3억8833만원으로 5000만원 느는 데 그쳤다. 강 의원은 충남 아산에 2억2400만원 상당의 아파트 한 채가 있었는데 그해 이를 팔았고 이후 임차인으로 지내고 있다. 부동산 자산이 제로가 되면서 재산 증식에 실패한 셈이다. 2015년 용인 아파트를 팔아 무주택자가 된 유의동 통합당 의원도 2016년 재산 5억6200만원에서 올해 5억4800만원으로 줄었다. 부동산 자산이 ‘0’원인 의원들 상황은 대부분 비슷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의 경우 3억2400만원에서 3억1900만원으로 500만원이 줄었다.


국민일보가 상세 납부 내역을 확보한 국회의원 232명의 최근 5년 납부 세액은 359억7724만원이다. 세금의 93.4%에 해당하는 335억8292만원은 소득세였다. 재산세는 19억9742만원(5.5%), 종합부동산세는 3억9689만원(1.1%)에 불과했다. 그런데 국회의원 300명이 21대 총선에서 신고한 재산의 62.4%는 건물, 토지 등 부동산이었다. 대부분 재산을 부동산으로 들고 있는 것에 비해 보유세 부담은 크지 않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현행 조세체계가 자산 양극화 현상을 해결하는 데 빈틈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납세내역만 보면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 부합하는 것 같지만 자산 불균형을 해결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투기로 부동산 자산 가격 상승속도가 빨라지면 양극화 현상은 더 심해진다. 자산이 자산을 키우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지만 조세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해 자산 불균형이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소득불평등도 커지고 있지만 최근 부동산 급등기 자산불평등이 더 악화됐다.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재산세는 세원은 넓지만 세율이 낮고, 종부세는 세율은 높은데 세원이 좁다”며 “투기세력을 잡는 수단으로 때마다 인위적으로 손을 대는 게 아닌 재산세와 종부세의 균형을 맞춰 세원은 넓히고 세율을 조정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박덕흠 미래통합당 의원. 뉴시스

심화하는 자산양극화

부동산 양극화는 매년 심화하고 있다. 민주평화당과 경실련이 지난해 국세청과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주택 보유 금액 기준 상위 1%가 소유한 주택은 2008년 37만채에서 2018년 91만채로 증가했다. 자산 가치도 크게 뛰었다. 공시가격에 시세반영률 55%를 적용해 시세를 추정해보면 상위 1%의 1인당 보유 주택 가격은 2008년 25억5000만원에서 2018년 35억7000만원으로 11억2000만원 증가했다. 자산이 자산을 불리는 구조가 고착한 것이다.

법인이 소유한 부동산도 늘었다. 지난해 국세청이 제출한 2007~2017년 보유부동산 100분위 현황을 심상정 의원실이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간 개인보유 토지는 5.9% 감소했으나 법인 보유 토지는 80.4% 증가했다. 10년간 증가한 법인 보유 토지 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3200배에 달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산가와 법인은 물론이고 저신용자들까지 빚을 내면서 고수익이 보장되는 부동산에 뛰어들고 있다”며 “집이 없는 45%의 국민들은 가만히 있는데 살아야 할 주택과 땅값이 오르는 셈이고 가계 부채 증가뿐 아니라 일부에겐 생계의 위협이 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양극화를 줄이는 데 기여해야 할 조세정책은 잦은 땜질에 누더기가 된 지 오래다. 한 정부에서 투기꾼을 잡겠다고 보유세 적용 범위를 높이고 그다음 정권에서 이를 뒤집는 일이 반복되면서 과세체계에 균열이 생겼다.

노무현정부 때 도입된 종부세는 당시만 해도 과세 대상이 많았고 세대별 합산으로 과세해 명의 쪼개기와 같은 꼼수가 들어설 여지가 적었다. 1주택자에 대한 세액공제도 없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에서 과세 기준이 크게 바뀌었다.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판결한 종부세 세대별 합산이 인별 합산방식으로 변경됐고, 과표 금액이 높아져 과세 대상자가 줄었다. 빌딩이나 상가의 경우 종부세가 부과되는 기준점이 토지 공시지가 40억원에서 80억원으로 올라가면서 건물주들의 세금 혜택도 커졌다.

문재인정부에서는 주택 관련 세제 개편에 집중했다. 주택에 대한 종부세율과 과표 금액은 몇 차례 조정됐지만 상가·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세율은 2008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김대명 대구과학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주택 보유세를 강화해 수요를 억제하다보니 같은 가치의 자산에 대해서 세금의 형평성이 맞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멍을 메우려면 부동산 과세 체계를 전반적으로 뜯어 살펴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종칠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 상가·빌딩, 주택 전체를 놓고 (보유세 과세 방향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종류별로 세율을 달리 정한 현 체계는 복잡하고 개정될 때마다 구멍이 생긴다. 구멍을 찾으려는 비생산적인 노력까지 동반된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과세체계에서는 되레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세은 교수는 “우리나라 보유세는 전체적으로 낮다. 부동산 상속·증여로 불로소득까지 대물림되는 게 한국 사회의 특징”이라며 “가진 재산에 대한 세금과 벌어들이는 소득에 대한 세금에 최소한의 공평성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명 교수는 “적정한 세금을 내는 것에 대해 대부분 사람은 저항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보다) 내가 더 낸다면 거기서 상대적 박탈감이 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원님들의 부동산 포트폴리오: 세금은 얼마나 내셨나요]
▶①103억 vs 19억… ‘자산가 국회의원’ 종부세 252만원으로 같았다 [이슈&탐사]
▶②아들에 증여·지분 쪼개 공동명의… ‘증세폭탄’ 막아내는 의원님 [이슈&탐사]
▶③상가·빌딩 굴리면서 부동산정책 좌지우지 [이슈&탐사]

전웅빈 김판 임주언 박세원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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