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0’에 눈물짓던 이 팀장, 3년 지나 직고용 반대 삭발투쟁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시험 보라고 하더니 실직자로 만들어”

인천공항 야생동물통제요원으로 일해 온 이종혁(왼쪽) 팀장 등이 13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졸속 직고용 반대 집회’에서 항의의 뜻으로 단체 삭발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을 때 아내와 함께 세 아이를 보며 ‘이제 고생은 끝났다’고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시험을 보라고 하더니 이젠 비정규직도 아닌 실직자로 만들었습니다. 대통령이 우리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건가요.”

20년간 인천공항 야생동물통제요원으로 일해 온 이종혁(47) 팀장은 13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졸속 직고용 반대 집회’에서 흐느꼈다. 직접고용의 희망에 부풀어 있던 그는 최근 필기시험, 면접 등 공개채용 과정에서 탈락했고 17일자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불공정 논란’에 휩싸였던 ‘인국공 사태’가 다른 방향의 후폭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방대·야생동물통제요원이 직접고용 채용 절차에서 무더기로 탈락, 해고되자 보안검색원들은 고용안정을 요구하며 삭발 투쟁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불공정 논란을 의식한 인천공항이 지나치게 엄격하게 정규직 전환 대상자를 걸러낸 탓에 고용불안정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인천공항 보안검색원 200여명은 집회에서 “자회사 정규직이 돼 비로소 일자리가 안정된 우리가 왜 원치 않는 공사의 채용시험을 봐야 하냐”고 토로했다. 공민천 보안검색서비스노조 위원장은 “공항과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성과를 쌓기 위해 졸속 직고용 전환을 강행한다”며 “정작 비정규직들이 합의되지 않은 시험을 강요받아 해고될 위기”라고 말했다.

이들은 노동자·사측·전문가 협의체를 꾸려 직고용 절차를 재논의하길 촉구했다.

야생동물통제·보안검색요원 30여명은 항의의 뜻으로 단체 삭발식을 거행했다.

3년 전 비정규직 제로 선언에 부풀어 있던 이들의 기대가 악몽으로 변한 건 지난 6월 공사가 보안검색원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내년에 직고용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다. 지난 3년간 노사가 보안검색원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임시 편제한 후 직고용하는 걸 합의했지만, 직고용 시기와 방식은 확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보안검색원은 자회사 정규직으로 근무하면서 차차 직고용 절차나 탈락자 구제방안 등을 사측과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직고용 발표 이후 예상치 못한 ‘불공정 논란’이 거세지자 탈락자 구제방안 논의는 쏙 들어갔다. 구본환 인천공항 사장은 지난 6월 22일 열린 관련 기자회견에서 “탈락자들을 위해 구제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지만 역풍만 맞았다. 이후 소방대·야생동물통제요원 236명이 먼저 직고용 시험을 쳤고 인원의 20%에 달하는 47명이 최종 탈락해 곧 실직자가 된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다른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할 땐 기존 직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탈락자 구제방안을 마련했는데 인천공항은 그런 절차를 생략했다”고 말했다. 특히 “오랜 기간 일해 온 2017년 이전 입사자는 범죄 전과 등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전환되는 게 맞는데, 이들까지도 전환 시험을 보게 했다”고 지적했다.

기존 경력을 일부 인정해주는 채용 절차를 재합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직고용 대상자 20%가 탈락했다는 건 지나치게 전환 절차가 엄격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오랜 잘못된 관행을 정상화하려는 정책”이라며 “불공정 논란 등 후폭풍이 거세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정책을 집행해 기존 근로자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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