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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84 웹툰 또 ‘혐오’ 논란… 업계 자율 규제 실효성 있나

네이버 ‘복학왕’서 비뚠 여성관 지난해에도 여러차례 물의

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왼쪽 작은 사진)의 작품이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네이버웹툰에 실린 ‘복학왕’ 304화 광어인간 2화는 여주인공이 취업하려는 회사의 남성 팀장과 성관계 후 채용됐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한 그림과 내용이 나온다. 뉴시스·화면캡처

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김희민·36)의 작품이 잇단 혐오 논란에 봉착하자 웹툰 업계의 자율 규제 방식이 효율성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생태계 조성을 위해 자율 규제 방식을 유지하되 업계 차원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안84가 지난 11일 네이버웹툰을 통해 공개한 ‘복학왕’ 304화 광어인간 2화에는 여자 주인공 봉지은의 입사기가 그려졌다. 봉지은은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학벌, 스펙 그런 레벨의 것이 아닌”이라고 말하며 조개를 배에 올린 뒤 깨부순다. 이후 남성 팀장은 봉지은을 인턴으로 채용하고 “뭐 그렇게 됐어. 내가 나이가 40인데 아직 장가도 못 갔잖아”라고 말했다. 이때 남자 주인공은 “잤어요?”라고 되묻는다. 독자들은 봉지은이 남성 팀장과 성관계 후 채용됐다는 사실을 암시한 것 아니냐며 기안84의 여성관을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연재 중단을 요청하는 글이 올라오는 등 비난 여론이 큰 이유는 기안84가 비슷한 문제를 여러 차례 일으켰기 때문이다. 지난해 ‘복학왕’은 동남아인 노동자와 청각장애인 여성을 비하해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기안84의 작품만 문제인 것은 아니다. 앞서 2018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웹툰에 대한 모니터링 실시하고 인기 웹툰 다수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거나 외모 지상주의를 조장했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을 희화화했다고 지적했다. 성차별적 내용이 45건으로 성평등적 내용(9건)보다 약 5배 많았다.

현재 웹툰에 대한 규제나 재발 방지 대책은 업계에서 자체적으로 수립한다. 2012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한국만화가협회는 예술적 표현물에 대한 검열을 방지하기 위해 자율규제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이후 2016년 한 학부모가 네이버웹툰을 청소년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했을 때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혐의없음’으로 결론내렸다. 그렇지만 웹툰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주 독자층이 청소년이기 때문에 교육적인 의미를 무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자율규제라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지 5년이 지나도록 생태계가 불안정하자 2017년 한국만화가협회는 웹툰자율규제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해 웹툰자율규제위원회는 네이버웹툰, 카카오웹툰 등 10개 플랫폼에 전체 이용가, 12세 이상, 15세 이상, 18세 이상으로 등급을 분류하도록 했다.

업계 차원에서 자율 규제 대책을 만들고 있지만 아직은 과도기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율 규제가 필요하지만 하루빨리 자정 능력이 발휘되려면 작가가 스스로 감수성을 높이고 포털의 심의 기준도 재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텍 교수는 “웹툰을 둘러싼 논란은 수위가 아닌 소재의 문제”라며 “지금의 독자들은 감수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 작품에 변화한 사회상을 반영해달라는 요구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청원을 통해 비판을 쏟아내는 것 자체도 자율 규제의 한 형식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포털 개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네이버나 다음 등 플랫폼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원회와 포털이 자주 만나 논의한다”며 “다만 플랫폼은 사회 변화에 맞춰 효과적인 심의 기준을 재정비하고 웹툰 작가 스스로도 감수성을 높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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