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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눈에도 암이? 같은 곳에 다래끼 자주 나고 잘 낫지 않으면 ‘눈암’ 의심

가장 흔한 유형이 ‘전이성 암’… 양성자 치료로 안구 보존 가능
아이 동공이 하얗게 보이거나 사시 증상 있어도 병원 가봐야

국립암센터 문성호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가 안구 안에 생긴 종양의 양성자치료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뾰족한 노즐을 암이 생긴 눈 부위에 대고 5차례 정도 양성자빔을 쏘여 치료한다. 국립암센터 제공

경기도 군포에 사는 A씨(46)는 3년 전 왼쪽 눈이 잘 안보이고 눈에 뭔가 떠다니는 듯해 동네안과를 찾았다. 통증은 없었다. 의사는 “요즘 40대 중반에도 흔한 노안 때문일 수 있다”고 했다. 1년이 지나도 여전히 눈이 침침해 찾은 다른 안과에서 종양 전문의가 있는 대학병원을 가보라고 권했다. 그곳에서 눈암의 일종인 ‘맥락막흑색종’ 판정을 받았다. 시력에 영향을 주는 안구 내 황반 근처에 지름 12㎜, 높이 3.7㎜의 꽤 큰 암이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안구를 적출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의사 얘기에 덜컥 겁이 났다. 알음알음 찾은 국립암센터에서 암세포만 정밀 타격해 없애는 양성자 치료를 받고서야 두려움을 떨칠 수 있었다. 안구를 빼지 않아도 됐기 때문. 5차례 양성자 치료 뒤 지금은 암세포가 다 사라지고 흔적만 남아있다. A씨는 “노화 때문이라고 가볍게 치부하지 말고 눈에 이상이 있을 때는 꼭 정기검진을 받으라”고 권했다.단순 노안이나 시력 문제로 방치

암은 신체 어디에나 생길 수 있는데, 눈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호발하는 암은 아니어서 일반인들의 인식이 낮은 편이다. A씨처럼 단순히 노안이나 시력저하의 문제로만 생각하다 뜬금없이 눈암을 진단받는 경우가 적지 않아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눈암은 안구 자체에 생기거나 안와(안구와 둘러싼 뼈 사이 공간), 눈꺼풀에 생기는 암 등을 포함한다.


17일 중앙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눈암 신규 발생자 수는 3264명이다. 매년 적게는 200명, 많게는 400명 안팎이 새로 눈암에 걸렸다. 발생률 높은 주요 10대 암에는 끼지 못해 희귀암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연도별 발생 숫자를 살펴보면 조금씩 증가 추세에 있다. 국립암센터 정수경 안과과장은 “안구 내 종양 발생은 크게 변화 없으나 눈꺼풀암은 조금씩 느는 추세”라면서 “눈꺼풀암은 피부에 보이니까 이상이 발견되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고 일반 피부암처럼 자외선 노출이 발생 증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안구내 종양 중 가장 흔한 유형은 ‘전이성 암’이다. 유방암이나 폐암 등이 눈으로 원격 전이된 것이다. 안과검사에서 우연히 원발암(原發癌)을 발견하곤 한다. 정 과장은 “특히 건강검진에 소홀한 시골 어르신 가운데 눈이 잘 안 보인다고 해 검사받으러 왔다가 생각도 못한 폐암, 유방암으로 최종 진단되는 사례를 종종 본다. 대개 4기 이상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오셔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했다. 다른 장기에 암이 있는 줄 모른 채 지내다 암이 눈 안으로 번졌고 커지면서 시야를 가려 시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맥락막(포도막)흑색종과 망막모세포종도 대표적인 안구 자체 발생 암이다. 성인이 주로 걸리는 맥락막흑색종은 이름에서 알수 있듯이 암이 흑색을 띤다. 세브란스 안과병원 안종양클리닉 이승규 교수는 “피부에 생긴 검은 점이 흑색종(피부암)이 되기도 하듯이 눈 속에도 까만 점이 생길 수 있는데, 간혹 암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시력이 떨어져 안과에 갔다가 발견되기도 하지만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이 안과검진을 받다가 우연히 진단되기도 한다.

눈으로 전이된 폐암 환자의 안구 촬영 영상으로 왼편에서 하얀 암덩어리가 자라 들어온 모습이 보인다. 국립암센터 제공

아이들, 하얀 동공·사시 있으면 의심

망막모세포종은 소아에서 발생하는 안구암 중 가장 흔하다. 2~3세 미만 아이들에게 주로 생긴다. 태아 시기 암 관련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예방이 어렵다. 다만 가족력이 있는 경우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바로 안과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 교수는 “어린이들은 자신의 증상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보호자가 아이의 눈을 보다가 이상한 사인(sign)을 발견하고 병원에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망막모세포종을 의심할 힌트 중 하나는 눈이 하얗게 보이는 ‘백색 동공’이다. 눈의 동공은 원래 검게 보여야 한다. 그런데 망막모세포종의 경우 종양 색깔이 흰색이어서 눈 속 흰색의 암이 동공을 통해 하얗게 비쳐보인다.

또 하나는 ‘사시’다. 우리 눈은 무언가를 주시하고 봐야 안구가 똑바로 정렬된다. 그런데 눈 속에 암이 생겨 시력이 없어지면 그 눈은 주시 못하게 되어 옆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의 동공이 하얗게 보이거나 사시 증상이 생기면 바로 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눈 안에 림프종(혈액암의 일종)이 생길 수도 있다. 영상 검사를 통해 눈에 암세포가 떠다니는 것이 관찰된다. 이 경우 주로 시력저하나 빛번짐 현상을 호소한다. 뇌 등 중추신경계에 발생하는 림프종의 15~25%가 눈을 침범하기 때문에 눈검사를 통해 뇌에서 발생한 림프종을 진단받는 경우도 있다. 정수경 과장은 “눈 림프종이 있으면 시야가 안개 낀 것처럼 뿌옇다”고 했다.

안구와 이를 둘러싼 뼈 사이 공간인 ‘안와’에 림프종이 생기면 안구가 서서히 돌출하는 특징이 있다. 이럴 땐 시력 저하는 거의 없어 병원을 늦게 방문하기 십상이다. 이승규 교수는 “눈 림프종은 맥락막흑색종 보다 나이가 좀 더 많은 노년층에서 주로 발견되며 증상이 굉장이 다양하게 나타나 오진하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평생 눈이 건강했는데, 노년기에 들어 눈 속에 염증이 생겼다는 말을 들으면 혹시 림프종일수 있으니 세심한 안과검진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60세 이상에서 맥락막 조직에 염증이 생겨 잘 낫지 않고 오래가면 림프종을 의심해야 한다.

안구에 생기는 암도 다른 곳으로 전이되고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망막모세포종과 안구 내 림프종은 인접한 뇌로 잘 퍼진다. 맥락막흑색종은 특이하게 간으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눈꺼풀과 눈 주변에도 다양한 형태의 암이 생긴다. 국립암센터 제공

안구 주변 눈꺼풀 피부에도 암이 생긴다. 아래 눈꺼풀에서 가장 많고 눈 안구석(코부근),위눈꺼풀, 눈 바깥구석(귀 방향)등 순으로 많이 생긴다. 기저(바닥)세포암, 피지샘암, 편평세포암, 악성 흑색종 등의 유형이 있다. 국내의 경우 기저세포암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흑색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눈꺼풀암이 증가 추세다. 자외선 노출이 위험 요소 중 하나다.

기저세포암은 까맣게 색소가 침착되는 형태여서 단순 점으로 여기거나 편평세포암은 통증이 없어서 놓치는 경우가 많다. 주변 조직이나 장기로 퍼지지 않을 경우 기저세포암과 피지샘암, 편평세포암의 5년 생존율은 95% 안팎으로 양호하다. 다만 매우 공격적인 암인 흑색종은 전이가 빠르고 5년 생존율도 68% 정도에 그친다.

눈꺼풀암은 눈 주변 피부에 궤양이 생겨 잘 낫지 않는다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 콩다래끼, 만성 눈꺼풀염증, 결막염 등이 오래 지속될 땐 피지샘암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정 과장은 “특히 피지샘암은 대개 초반에 다래끼와 혼동될 수 있다. 같은 자리에 자꾸 다래끼가 생기고 잘 낫지 않는다면 조직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눈꺼풀암은 수술로 제거하는 게 원칙이다. 완전히 제거되면 생명에는 지장이 거의 없다. 안와에 생긴 암 또한 대부분 수술로 치료한다. 완전 없애지 못하는 경우 방사선 치료를 추가할 수 있다.

양성자 치료, 안구 보존 가능

문제는 안구 내에 생긴 암의 치료다. 과거에는 안구 적출 후 의안(義眼) 장착 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젠 눈 속에 항암제를 주입하거나 방사성 물질을 심어 치료하기도 한다. 암을 차갑게 얼리거나 뜨겁게 달구거나 레이저로 태우는 방식을 쓰기도 한다. 최근에는 양성자 치료를 통해 안구암 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양성자 치료는 일반 방사선 치료에 비해 부작용이 적다.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 문성호(방사선종양학) 전문의는 “5회 정도 양성자 빔을 병변 부위에 정밀하게 쏘아 암 크기를 줄이고 안구도 보존할 수 있다. 또 암이 ‘황반’이나 ‘시신경 유두’ 같은 부위에 있지 않고 크기가 작을 경우 양성자 치료를 통해 3분의 1은 시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성자 치료 후 5~10년까지 암이 더 진행되지 않는 비율이 90~95%에 달한다. 문 전문의는 “단, 암이 전체 안구의 3분의 1을 넘을 정도로 크다면 수술(안구적출) 치료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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