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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원의 메디컬 인사이드] K바이오, 윤리경영 실천이 먼저다


대한민국의 제약·바이오산업, 이른바 ‘K바이오’의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코로나19 사태가 기폭제가 됐다. 신속하게 대규모로 검사 가능한 진단법의 선제적 도입은 K방역의 아이콘이 됐고 K바이오의 주가를 높였다. 코리아 마크가 찍힌 코로나19 진단키트에 대한 러브콜이 지구촌 곳곳에서 밀려들고 있다.

지난 4월 한국산 진단키트 50만개를 직접 구매한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는 “한국에 큰 빚을 졌다”며 감사함을 표시한 바 있다. 7개월 새 수출용으로 허가받은 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자그마치 117개 품목이나 된다.

코로나19 예방백신과 치료제 개발에도 K바이오가 맹활약하고 있다. 빌 게이츠 빌&멀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은 국내 한 백신 개발기업에 각별한 애정을 표시하며 대규모 자금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에 감명받았다. 한국이 민간 분야 백신 개발 등에 있어 선두에 있다고 평가한다”며 신뢰를 보냈다.

이처럼 감염병 위기는 K바이오의 세계 진출에 더 없는 기회가 되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K방역, K바이오의 우수성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다. 하지만 이런 믿음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최근 잇따라 터진 제약·바이오기업의 ‘자료 조작’ 사건은 그래서 더 우려스럽다. 코로나19 여파로 한껏 올라간 K바이오의 국제 신인도를 떨어뜨리는 악재가 될 수 있어서다.

주름살 제거 등에 쓰이는 보톡스 제품 생산·판매기업인 메디톡스는 2012년부터 3년간 지속·반복적으로 원액을 바꿔치기하고 원액과 제품의 시험성적서를 고의로 조작한 사실이 식품의약 당국 조사로 드러나 지난 6월 일부 제품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 당국은 앞서 4월에 해당 제품의 제조·판매를 중지시켰다.

다만 최근 법원이 해당 제품의 판매 중지와 허가 취소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상황이라 향후 상급법원의 최종 판단과 이와 별도로 진행 중인 본 소송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불투명하다. 법적 판단이 어찌 되건 보톡스의 대명사 기업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메디톡스는 또 자사의 보톡스 균주 및 제조공정 도용 문제로 경쟁 회사인 대웅제약과 미국에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얼마 전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예비판결에서 승소해 유리한 고지에 섰지만 상대방은 “11월 본 판결에서 결과를 뒤집을 것”이라며 불복선언한 상황이다. 균주 출처를 둘러싼 국내 기업 간 볼썽사나운 난타전은 국제 망신을 사기에 충분하다. K바이오의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줄 게 뻔하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국내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가 역시 허위 자료 제출 등 이유로 허가 취소됐다.

주식 시세에 민감한 제약·바이오업계 특성상 섣부른 신약 임상시험 결과나 허가 신청 과정에서 데이터·자료 조작 등의 검은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국이 사전에 걸러내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의약품에 대한 자료 조작은 국민건강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임과 동시에 해외에 허술한 안전관리체계를 가진 나라라는 나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K바이오의 국제경쟁력에 악영향을 준다.

재발 방지를 위해 철저한 점검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당국의 허가심사 강화나 자료 조작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가 이뤄져야겠지만 무엇보다 K바이오 스스로 윤리경영에 나서야 할 것이다. 최근 큰 기업을 중심으로 투명·윤리경영을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지만 취약한 제약·바이오업계에 더 절실하다. 제약·바이오협회는 회원사 상대 윤리의식 교육과 계도에 힘써야 한다. 윤리경영은 선언에 그쳐선 안 되고 실천이 따라줘야 함은 물론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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