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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그들만의 백서

손병호 논설위원


백서(白書)는 원래 정부나 의회 같은 공적인 기관, 또는 사회적 합의로 꾸려진 조직이 특정 분야에 대한 실태를 조사·분석하거나 사회적으로 영향이 큰 사건·현상에 대해 원인과 결과를 파악해 기록한 문서를 말한다. 과거 영국 정부가 발표한 그런 유형의 보고서가 흰색 표지로 돼 있었기에 백서라는 이름이 붙었다. 흔한 백서가 각국이 매년 발표하는 외교백서, 국방백서, 국정백서 등이다. 일본 외무성 보고서는 표지가 파란색이라 외교청서로 불린다.

백서는 과거와 현재를 냉정히 평가해 미래를 대비하고, 과오를 되새겨 불행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취지에서 만들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야말로 아무 백서가 다 나오는 시절인 것 같다. 조국백서추진위원회가 최근 펴낸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이라는 제목의 백서가 24일 기준 교보문고 정치사회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이에 맞서 문재인정부를 반대하는 인사들이 현 정권의 이중성을 비판하는 책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오늘 출간한다. 이 책은 ‘반(反)조국백서’ 또는 ‘조국흑서’로 불린다. 전자의 필자들은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앞장서서 옹호하던 이들이고, 후자의 필진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위시한 현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들이다. 두 책이 같이 나오면서 베스트셀러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들 백서는 말이 백서이지 특정 진영의 일방적 목소리만 주로 담긴 책에 불과하다. 중립적인 인사들의 시각이라도 많이 보태지면 모를까 기존 진영의 전사들만 참여한 성토장에 머무니 마치 지난해의 광화문 집회와 서초동 집회가 책을 통해 재연된 듯하다. 사회적 의혹이나 갈등이 있으면 진상을 규명하고 서로 앙금을 해소해 나가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우리 사회가 점점 더 분열을 고착화하는 양상으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된다. 아마 서로 이런 입장일지 모르겠다. “걔네들하곤 도통 말이 안 통해”라는.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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