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대 전날 혈장치료 승인 발표… ‘대선용 타이밍’ 의심

언론 “FDA, 트럼프 질타 받은 뒤 긴급승인”… 혈장치료 효과 관련 “강력증거 없다” 지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혈장 치료 긴급 승인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갖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3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환자의 혈장을 이용한 치료를 긴급 승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브리핑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발표하고 “중국 바이러스에 대한 우리의 전투에서 ‘매우 역사적인 돌파구(very historic breakthrough)’”라고 치켜세웠다. 또 “오늘은 우리가 고대하던 아주 대단한 날”이라고 축하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FDA의 혈장치료 긴급 승인을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용 조치라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AP통신은 “일부 보건 전문가들은 (긴급 승인을) 축하하기 전에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긴급 승인이 발표된 시점도 정치적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기 전날 발표가 이뤄진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FDA 안의 ‘딥 스테이트’(국가를 비밀리에 조종하는 세력)가 제약회사들이 백신과 치료제를 테스트하기 위해 실험자를 확보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음모론적인 주장을 편 다음 날 긴급 승인이 결정됐다.

FDA는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입원 후 사흘 안에 혈장치료제로 치료받은 코로나19 환자들의 사망률이 감소하고 상태가 호전됐다”고 설명했다. FDA는 이어 현재까지 코로나19 환자 7만명에게 혈장치료제를 투여했으며, 이 가운데 2만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표를 가장 반긴 사람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은 매우 강력한 치료법”이라며 “10만명이 넘는 미국인들이 이미 이 치료법으로 치료받았으며 사망률이 35% 감소하는 것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 내 온도차도 감지됐다. 브리핑에 동석한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과 스티브 한 FDA 국장은 “유망한 치료법(promising treatment)”이라고만 말했다. 과장하기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브리핑을 18분 만에 끝낸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3일 실시될 대선을 의식해 아직 완전하게 검증이 안 된 혈장치료를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의심을 던지고 있다.

AP통신은 “혈장치료가 코로나19 전투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현재까지 혈장치료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언제 얼마나 투약해야 되는지에 대한 결정적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무작위 임상시험에서 혈장치료가 코로나19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강력한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은 “혈장치료 긴급 승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FDA를 강하게 질타한 직후에 나왔다”고 지적했다. FDA 내 일부 세력이 대통령의 압박에 굴복해 긴급 승인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보건 전문가들과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미 생화학·분자생물학 학회의 벤저민 콥은 “(이번 전격 승인은) 눈에 확 띄는 타이밍”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미국민들의 건강과 복지보다는 정치적 목표를 우선에 두고 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세 아들이 보는 앞에서… 비무장 흑인 남성, 美 경찰 총격에 중태
美 정치전통 싹 다 무시… 공화당 전대는 ‘트럼프 원맨쇼’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