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치전통 싹 다 무시… 공화당 전대는 ‘트럼프 원맨쇼’

정치 중립 장소인 백악관서 후보 수락 연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전당대회 하루 전인 이날 코로나19 혈장 치료에 대한 미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승인을 발표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하는 공화당 전당대회가 24일(현지시간)부터 27일까지 나흘간 열린다. 지난주 민주당 전당대회에 이어 열리는 이번 주 공화당 전당대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원맨쇼’ 혹은 ‘TV 리얼리티쇼’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정치적 중립 장소로 인식되는 백악관을 후보 수락연설 장소로 선택한다거나 현직 국무장관을 지지연설에 동원하는 등 미국 정치의 전통을 노골적으로 무시해 수많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통치행위와 선거운동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 민주 양당이 존중했던 규범을 짓밟고(trample)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직을 선거운동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7일 백악관 사우스론(남쪽 뜰)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연설을 밀어붙일 예정이다. 백악관을 대선의 무대로 변질시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연설을 준비하는 백악관 직원들이 연방정부 건물에서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해치법(Hatch Act)’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논란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WP가 특히 문제 삼은 것은 정부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수장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전당대회 둘째 날인 25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표를 부탁하는 연설을 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WP는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 최고위 외교관은 당파 정치로부터 떨어져 있는 오랜 전통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전당대회가 열리는 기간 내내 연설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역할”이라고 꼬집었다. NYT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나흘 내내 민주당을 공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상적으로 현직 대통령은 전당대회 마지막 날 대선 후보를 수락하는 연설을 통해 피날레를 장식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매일 전당대회 마이크를 잡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치 전통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원맨쇼 전당대회를 강행하는 이유는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트럼프식 접근법’이다.

NYT는 과거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온라인 모금 사기 혐의로 기소되면서 촉발된 위기 상황을 반전시키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가족이 총출동하는 것도 역대 전당대회와 다른 모습이다.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25일 전당대회에서 연설한다. 또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 장녀 이방카, 차녀 티파니, 트럼프 대통령의 며느리이자 에릭의 부인 라라 트럼프까지 날짜를 바꿔가며 등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녀 5명 중 멜라니아 여사 사이에서 태어난 배런만 제외하고 모두 전당대회에서 아버지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사는 백인 부부 마크 매클로스키와 패트리샤 매클로스키가 지난 6월 28일(현지시간) 흑인 사망 항의 시위대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 자신의 사유지를 침범했다는 이유로 시위대에 총을 겨눈 이 부부는 24~27일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 찬조 연사로 초청됐다. AP연합뉴스

논란의 인물도 연단에 선다. 흑인 사망 항의 시위대가 자신의 사유지를 침범했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총을 겨눈 혐의로 기소된 세인트루이스에 사는 백인 부부 마크 매클로스키와 패트리샤 매클로스키가 전당대회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 지지연설을 하기로 돼 있다.

전통적으로 통합이 강조됐던 전당대회에 흑백 분열의 상징적 인물이 나오는 것은 이례적이다. 트럼프 재선 캠프 입장에선 백인 보수층의 표심을 의식한 노골적인 연사 섭외다.

NYT는 그러나 아직 전당대회의 구체적인 일정이나 지지 연사 명단이 최종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당대회에서 ‘깜짝쇼’를 하려는 것도 일정이나 연사가 알려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라고 NYT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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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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