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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체계 개편안 만지작…전기료 더 낼까 덜 낼까

4분기 개편 앞둔 전기요금 체계


선진국 기준에서 봤을 때 한국의 전기요금은 저렴한 축에 속한다. 가정용 전기요금이 대표적이다. 2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2018년 기준 메가와트시(㎿h)당 109.11달러로 30개 회원국 가운데 3번째로 저렴하다. 한국보다 가정용 전기요금을 싼 가격에 공급하는 곳은 캐나다(108.98달러/㎿h)와 멕시코(63.76달러/㎿h)뿐이다.

유럽 국가들과 대비된다. 유럽에서 그나마 전기요금이 저렴한 편인 터키(109.71달러/㎿h)나 노르웨이(112.78달러/㎿h)조차 한국보다 비싸다. 나머지 국가들은 ㎿h당 최소 128달러 이상이다. 재생에너지 강국인 독일의 경우 ㎿h당 343.59달러로 한국의 3배를 넘는다. 한국에서 생산·서비스하는 전기가 상대적으로 ‘값싼 전기’로 보일 수밖에 없다.


값싼 전기 ‘화력발전’ ‘요금체계’덕

다른 OECD 회원국들과 한국의 전기요금 차이가 벌어지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일단 미세먼지 유발 등 폐해가 큰 반면 전력생산원가가 저렴한 석탄화력발전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국내 발전설비에서 유·무연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29.5%에 달한다. 친환경적이지만 전력생산원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독일 등 유럽 국가와는 구조 자체가 다르다.

경직된 요금체계도 한몫했다. 한국 전기요금 체계는 전력생산원가가 반영되지 않는 구조다. 계절·시간대별로 요금을 차등하는 ‘계시별 요금제’나 전력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대표적이다. 이 구조 아래서는 전력생산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가 어떻게 변해도 요금변동이 없다. 전력생산원가가 늘어날수록 전기요금도 늘어나는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기요금이 낮게 책정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에너지 전환’을 달성하려면 이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가 최상위 에너지 계획인 3차 에너지기본계획의 틀을 짠 전문가들은 2018년 정부에 제출한 워킹그룹 보고서에서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국전력은 이 권고를 토대로 마련 중인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하반기 중 발표할 계획이다. 전기요금체계 개편과 밀접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다음 달 중 확정될 예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4분기 중 개편안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10년 만에 ‘연료비 연동제’ 성사되나

전기요금 체계 개편의 가장 큰 쟁점으로는 ‘연료비 연동제’가 꼽힌다. 전력생산원가를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 보고서에서 권고한 사항 가운데 하나다.

전력생산원가 대비 판매 단가 비율(원가회수율)이 낮아 시장 왜곡이 발생한다는 점을 근거로 했다. 그렇다면 원가회수율은 얼마나 될까.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다. 정부가 2012년까지 공개하던 원가회수율을 2013년부터 비공개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다만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가늠해 볼 만한 추정치는 존재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2018년 기준 원가회수율은 97.1% 정도다. 1㎿의 전력 생산에 10만원이 필요한데 전기요금은 9만7100원으로 책정했다는 의미다. 용도별로 보면 농사용 전기(37.1%)와 주택용 전기(74.6%)의 원가회수율이 가장 낮다. 전기를 파는 입장에서는 팔수록 손해인 셈이다.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면 이러한 왜곡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연료비 연동제에 찬성하는 이들의 입장이다.

관건은 소비자들의 반발이다. 정부는 2011년 7월에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려 시도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고유가가 이어지면서 소비자 반발이 거셌다.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하게 되면 곧바로 전기요금이 수직상승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는 상황이 다른 만큼 소비자들의 반응이 당시와는 같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배럴당 40달러 수준의 저유가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전력이 2분기에 흑자를 낸 배경이기도 하다. 현 상황에서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전기요금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

가격 인상 부르는 ‘환경급전’도 쟁점

또 한 가지 쟁점은 ‘환경급전’이다. 쉽게 말해 원가가 싸고 환경에 해로운 에너지원(석탄화력발전 등)보다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을 우선적으로 사용하자는 개념이다. 액화천연가스(LNG)가 원료인 복합화력발전이나 재생에너지 등이 우선순위가 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가 협의 중인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쟁점 사안이기도 하다. 산업부는 미세먼지가 많을 때 석탄화력발전 가동률을 줄이기만 해도 환경급전 효과가 난다고 평가한다. 반면 환경부는 석탄화력발전에 환경비용을 추가해 원가 자체를 높이자는 입장이다. 양측 입장에 차이는 있지만 시행 자체에는 이견이 없다. 최종안이 확정되면 2034년까지 적용된다.

문제는 환경급전이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도 반영되느냐의 여부다. 전문가들은 환경급전을 도입한다면 전력생산원가가 높아지는 만큼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출신인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용이 상승하게 되는 부분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 전기요금 좀 더 비싸지더라도 친환경적인 연료 쓰겠다는 인식이 수반돼야 환경급전이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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