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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마스크

김의구 논설위원


1910년 10월 중국 만주에서 흑사병이 발생해 하얼빈과 창춘 등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청나라 조정은 우롄더(伍連德) 박사를 현지에 파견했다. 말레이 화교 출신으로 케임브리지대를 나온 그는 역학조사를 통해 이 병이 비말과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폐페스트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청조의 허락을 받아 당시 금기시되던 화장을 강제했다. 또 무명천에 약솜을 넣은 마스크를 고안해 배급함으로써 흑사병을 막는 데 성공했다. 방역에 사용된 최초의 마스크였다. 우 박사의 마스크는 각국에 영감을 줬고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의 세계적 대유행 때도 빛을 발했다.

방진 마스크의 역사는 훨씬 오래됐다. 이미 1세기 때 로마의 자연철학자 플리니우스는 탄광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동물의 방광으로 마스크를 만들었다. 르네상스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16세기에 독성 분말을 막기 위해 물에 적신 조밀한 천을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1차 세계대전 중에도 광원용 고무 마스크가 개발됐지만 방독면에 가까웠다. 일회용 마스크는 3M이 개발해 1972년 승인을 받은 N95 마스크가 최초다.

코로나19 대유행 조짐이 완연해지면서 마스크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젠 단순히 마스크를 쓰고 있느냐가 아니라 제대로 착용했느냐에 신경이 곤두서는 시절이 됐다. 턱에 마스크를 걸치고 있는 ‘턱스크’가 비난을 받고, 입만 가리고 코는 내놓는 ‘입스크’에도 꼰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마스크 부실 착용은 치부를 드러낸 채 속옷을 입은 변태적 행동에 비유되기까지 한다.

서울 전역에서 24일 0시를 기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실내는 물론이고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행정명령이 발동됐다. 10월부터는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이다. 다른 지자체도 비슷한 조치를 내리고 있다. 마스크 쓰기는 이제 에티켓 차원을 넘어섰다. 마스크를 계속 쓰자니 습기가 차고 피부가 부푼 듯하다. 하지만 바이러스를 가족과 이웃에 옮기고 힘든 자영업자들을 궁지로 내모는 민폐에야 비할 것인가.

김의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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