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택트’가 불붙인 가요계 챌린지, 사회를 잇다

지코 ‘아무나 챌린지’ 폭발적 인기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 참여자들의 모습. 지난 1월 시작한 지코의 댄스 챌린지는 단 일주일 만에 관련 동영상 5만개를 돌파했고 현재 10만개를 훌쩍 넘어섰다. 인스타그램 캡처

“왜들 그리 다운돼 있어? 뭐가 문제야? Say something.” 지코의 ‘아무노래’ 중 한 구절이 흘러나오면 콧노래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이들이 많다. 지코는 올 초 ‘아무노래’ 음원을 발매하고 마케팅 일환으로 도입부 안무를 촬영한 1분 짜리 영상을 올렸는데, 파급력이 대단했다.

영상 속 지코는 혼자가 아니었다. 가수 화사와 청하, 배우 강하나 등과 함께 릴레이로 안무를 선보였고 여기에 ‘아무노래 챌린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맛깔나는 음악에 흥겨운 안무를 선사하며 “이 영상을 따라 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하자 참여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단 일주일 만에 동영상은 5만개를 돌파했고 현재 10만개를 훌쩍 넘어섰다.

지코의 챌린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대중의 지루함을 공략했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코는 음악방송에 출연하지 않고도 음원차트 1위를 오랫동안 내주지 않았다.

당초 챌린지 문화는 홍보를 위한 수단이 아니었다. 시초는 2014년 루게릭 환자를 위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다.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루게릭병)에 관한 관심을 환기하면서 환자를 돕기 위한 릴레이 기부 캠페인이었다.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동영상을 SNS에 올린 뒤 다음 도전자 세 명을 지목해 기부를 이어가는 방식인데, 지목 받은 사람은 24시간 안에 얼음물 샤워를 하거나 미국 루게릭병협회에 100달러(약 11만원)를 기부해야 한다. 얼음물이 닿을 때처럼 근육이 수축하는 루게릭병의 고통을 함께 느껴보자는 취지다.

2017년에는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을 촉구하는 ‘소방관 GO 챌린지’가 유행했고, 지금은 코로나19로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을 향한 ‘덕분에 챌린지’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인 ‘집콕 챌린지’, 유명 관광지에 자신의 사진을 합성한 ‘어디갈래 챌린지’가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던 챌린지는 지코의 ‘아무노래’를 계기로 가요계로 확장했고, 스타들이 주로 향유하다 그 범위가 대중으로 넓어지면서 모두가 즐기는 놀이가 됐다. 사회에 의미를 전달하는 챌린지를 지속하면서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성격의 챌린지가 탄생한 것이다.

최근 공개된 제시의 ‘눈누난나’, 효연의 ‘dessert’, 소유의 ‘GOTTA GO’는 댄스 챌린지 마케팅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특히 제시는 선배 가수 이효리와 함께 영상을 촬영했는데 최근 MBC ‘놀면 뭐하니?’ 방송에서 이효리는 “내가 부른 노래인 줄 안다”며 댄스 챌린지의 파급력을 언급하기도 했다. 효연은 소녀시대 멤버들과, 소유는 씨스타 멤버들과 안무한 영상도 화제를 모았다.

챌린지 문화가 돌풍급 인기를 얻은 이유는 사회 전반에 온택트(온라인+언택트) 바람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즉 코로나19로 비대면이 강화됐지만 온라인에서 서로를 이으며 연대감을 느끼려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특히 자신을 드러내고 홍보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지금 세대가 사회 전반이 침체한 상황에서 새로운 가치 소비의 방식으로 ‘전파’를 매개로 한 챌린지를 선택했다.

챌린지는 세대를 잇기도 한다. ‘신세대 할머니’로 불리는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가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에 동참하면서 자신의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촬영한 영상을 올리는 이들이 늘었다. 온라인 속 문화가 연령을 아우르면서 세대 간 화합의 창구가 됐다는 반응도 나온다.

앞서 가요계는 음원 사재기 등 부적절한 마케팅 방식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때문에 챌린지가 가요계 전반의 흐름이 되면 건전한 마케팅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챌린지 방식의 마케팅은 상호 소통이 아닌 소속사의 일방적인 방향으로 이뤄졌던 기존의 바이럴 마케팅에서 벗어나 대중이 자발적 참여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챌린지 형태의 마케팅 문화가 주목받는다. 지난해 미국 빌보드 최장 기간 1위 신기록을 수립한 릴 나스 엑스의 ‘Old Town Road’의 성공 배경에는 틱톡이 있었다. 이 노래를 배경 삼아 15초 남짓한 영상을 올리는 챌린지가 유행처럼 번졌고 이후 저스틴 비버 등이 SNS 챌린지를 활용해 마케팅을 이어갔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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