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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70세 경로 우대제

배병우 논설위원


한국에서 노인복지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80년대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도시화, 핵가족화가 급속히 진행된 게 배경이다. 정치적 정당성이 약했던 전두환정권이 민심을 얻으려는 셈법도 작용했다.

1981년 노인의 보건과 복지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노인복지법 제정이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이 법 26조에 따라 65세 경로 우대제가 이듬해부터 시행된다. 경로우대는 만 65세 이상 노인들이 국가나 자치단체의 운송시설이나 기타 공공시설을 무료 또는 할인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65세가 넘는다는 신분증만 있으면 서울·부산 등 전국 7개 도시의 지하철을 무료로, KTX·새마을호·무궁화호 등 열차는 30%를 할인해 탑승할 수 있는 게 대표적이다.

경로 우대 65세의 의미는 단순히 교통시설 무임·할인 승차 기준에 그치지 않는다. 고령자 대상 각종 복지 혜택의 기준이 되며, 정년연장 등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1981년에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4% 정도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16%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통계청 장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25년에는 20%를 넘어서게 된다. 이에 따라 지하철을 운행하는 서울시 등 지자체 재정에 노인 무임승차가 갈수록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정부는 27일 경로 우대 기준 나이를 70세 전후로 상향 조정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의 ‘인구구조 변화 대응 방향’을 발표했다. 급속한 고령화 추세를 고려할 때 노인 기준 연령을 65세로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2017년 조사에서 ‘노인이 생각하는 노인 연령 기준’을 물은 결과 59.4%가 70~74세라고 응답했다.

정부는 하반기에 ‘경로우대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노인 기준을 70세로 상향할 경우 고령자들이 반발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본격 논의는 시작했지만,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여권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용기’를 낼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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