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기고

[기고] 해외건설, 어렵지만 해야 할 숙제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과거의 영광이 온데간데없다. 한 해에만 700억 달러가 넘기도 하고 연평균 650억 달러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우리나라의 대표적 수주 산업으로 평가되던 해외건설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2016년 282억 달러를 시작으로 2019년까지 연평균 수주 실적은 300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고, 올해도 녹록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쪼그라든 실적의 원인을 두고 일부에서는 근원적인 기술력은 키우지 않고 실적 쌓기에만 매몰된 결과라며 비판한다. 또한 일부 시장과 상품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니 시장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 맞는 지적이다. 그런데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면 대답을 듣기가 어렵다. 왜일까? 그만큼 해외건설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무기로 꾸준한 수주를 유지하는 것이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해외건설의 난이도는 국내건설과는 차원이 다르다. 기업이 직면하게 되는 수주 환경은 국내에서보다 적대적일 뿐만 아니라 기업이 관리하기 어려운 외부 위험 요인도 많다. 성공적인 사업 수행을 위해 기업이 갖춰야 할 역량에 대한 발주자의 기대 수준도 높아져만 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해외건설 수주는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간 경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때문에 완성도 높은 수주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시장에 진출한 기업으로서 갖춰야 할 본연의 기술 경쟁력과 더불어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우리 정부는 해외건설촉진법에 근거한 5개년 단위의 ‘해외건설진흥기본계획’을 중심으로 해외건설 시장 진출 활성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금융·인력·기술 등 부문별 지원 방안들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비록 지원 방안이 구체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기도 하고 방안에 대한 체감도 차이로 인해 효율성 지적도 많지만, 정부의 정책 지원은 수주 경쟁력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가 차원의 뒷받침과 함께 필요한 것은 해외건설 시장이라는 경기에 출전하는 개별 건설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와 노력이다.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기술력 보유는 진출할 시장과 건설할 상품을 선택하는 기업의 몫으로,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다. 수많은 사업 수행을 통해 축적한 경험과 기술력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시장 변화와 경쟁 기업 증가로 인해 새로운 기술과 노하우로 무장한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게 됐다.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1965년 해외건설 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후 현재까지 거둔 8500억 달러가 넘는 수주는 우리 정부와 기업의 노력,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성과임과 동시에 우리의 해외건설 경쟁력을 보여주는 증거다. 부인해서는 안 될 사실이다. 지난 55년의 진출 역사 속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이겨냈고 지금의 어려움도 그와 다르지 않다. 해외건설은 어렵지만 해야 할 숙제라는 것을 잊지 말자.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