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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래 세대를 위한 ‘푸른 하늘의 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


1970년대 어느 전국 어린이 미술대회에서 집 앞의 시냇물을 검은색으로 칠한 탄광 지역 어린이의 작품이 대상으로 선정된 적이 있었다. 그간 우리의 노력으로 그 시냇물은 푸른색으로 돌아왔으나, 21세기를 맞은 지금 도시의 아이들은 하늘의 색깔을 회색으로 칠하고 있다. 푸른색이어야 하는 하늘이 우리 아이들의 눈에는 푸르게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 아이들에게 하늘의 푸른색을 되돌려줘야 하는 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9월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세계 푸른 하늘의 날 지정을 제안했으며, 이후 같은 해 12월 유엔 총회는 매년 9월 7일을 유엔 공식 기념일인 ‘푸른 하늘을 위한 국제 맑은 공기의 날’로 채택했다. 그리고 올해 9월 7일 처음으로 ‘푸른 하늘의 날’ 행사가 개최된다.

‘푸른 하늘의 날’은 우리나라가 주도해 채택된 최초의 유엔 기념일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유엔 차원에서도 이례적으로 신속히 채택됐다. 이는 대기오염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국제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부터 ‘공기의 날’ 기념식을 개최하는 등 많은 기관이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국민 행동을 독려해 왔다. 국제적으로는 특히 유엔환경계획이 2019년 ‘대기오염 퇴치’를 발표해 국제사회의 행동을 촉구했다. 이러한 노력이 유엔의 ‘푸른 하늘의 날’ 지정으로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상황을 통해 우리는 비전통적 안보 위협이 세계 경제와 안보는 물론 우리의 삶 자체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됐다. 현 감염병 위기 이외에 기후변화, 환경파괴 등에 따른 미세먼지, 홍수, 물부족, 지구온난화도 우리가 공동으로 직면한 도전 과제이다. 이런 위기를 겪으면서 경제·성장 위주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자연과 인간, 환경과 개발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사고로의 근본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국제사회는 코로나19 위기로부터의 ‘녹색 회복’을 위해 우리 정부가 ‘그린 뉴딜’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팬데믹 위기로부터의 회복 과정을 탄소의존 경제를 저탄소 경제로 탈바꿈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푸른 하늘은 어느 한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류 공동의 자산이다. 따라서 어느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푸른 하늘을 지킬 수 없다. 국제사회의 연대에 기반한 공동의 노력이 있어야 우리 모두의 푸른 하늘을 지켜낼 수 있다. 이런 노력은 세계 각지에서 있어왔다. 유럽의 ‘대기오염물질 장거리 이동 협약’, 북미의 ‘미국·캐나다 대기질 협약’, 동남아시아의 ‘아세안 연무방지 협정’이 그 사례이다. 과학적 원인 규명과 국제적 공론화 과정을 인내심을 가지고 추진해 이뤄낸 성과들이다.

동북아에서는 이제 협력이 시작되는 단계이다. 미세먼지 원인에 대한 과학적 공동연구 결과의 축적과 대기오염 문제에 대한 공감대 확산을 통해 보다 제도화된 협력을 촉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도 세계 각지의 노력에 발맞춰 계절관리제 시행, 석탄발전 가동 축소 등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동북아 지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공동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에도 계속해서 적극 참여해 나갈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 보호를 위한 논의는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간의 대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오늘날 실천은 미래 세대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푸른 하늘의 날’이 우리 아이들에게 맑은 공기와 푸른 하늘을 남겨주기 위한 약속의 작은 시작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모든 아이가 하늘을 당연히 푸른색으로 칠하는 날이 빨리 올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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