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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여권통문, 광장, 양성평등마당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9월이었다. 김소사와 이소사가 122년 전인 1898년 광교 부근에서 여권통문을 돌렸던 시기가. 1995년 9월엔 중국 베이징에서 세계여성대회가 열렸다. 2020년 9월에는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 마당이 펼쳐진다.

여성평등을 향한 근대사의 긴 장정은 시간과 공간을 이동해 한마당이 되고 있다. 1791년 프랑스의 ‘여성과 여성시민의 권리선언’은 100여년이라는 시간의 차이, 그리고 공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곳 광교의 김소사 이소사와 한마음이 된 것이다. 1995년 세계여성대회는 냉전시대의 장벽을 넘는 정치적 공간이동이었다. 2020년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성평등 포럼은 코로나19라는 장벽을 넘는 비대면 만남의 마당이다. 여성인권 향상을 위한 도도한 역사적 흐름은 봉건사회의 벽, 냉전의 벽, 바이러스의 벽을 넘는 경계 넘기를 통해 새로운 길을 만들어냈다.

누군가의 소박한 시작이 늘 새로운 물꼬를 만들고 길을 내었다. 1898년 9월 1일 북촌에 살던 김소사와 이소사가 돌린 통문은 여성의 교육권, 직업권 등 기본적인 권리를 주장했다. 황성신문, 제국신문, 독립신문 등은 이 통문을 ‘여권통문(女權通文)’이라고 불렀다. 정부는 올해부터 이날을 ‘여권통문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통문’은 1995년 세계여성대회를 거쳐 ‘선언’이 됐다. ‘선언’은 지구촌의 성주류화 정책의 토대가 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비 오는 화이로우의 광장에 모인 여성들의 주장은 평등, 평화, 발전 등 12개 영역에서의 ‘성주류화’를 이행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선언’은 이행점검을 통해 정책이 되고 현실이 돼 가고 있다.

성주류화 정책은 2019년 8개 정부 부처에 양성평등 전담부서와 지역양성평등센터를 설치하는 것으로 구체화됐다.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은 12개 분야 모두 목표치를 달성했고, 올해 ‘양성평등 임금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신설했다. 또 2019년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제정해 민관 협의체인 여성폭력방지위원회를 구성하고, 여성폭력방지정책 기본계획(2020~2024)을 수립해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구촌의 이행권고를 따라가던 입장에서 이제는 우리도 마당을 펼치는 단계에 이르렀다. 올해 제1회 ‘여권통문의 날’을 계기로 9월 1일부터 7일까지를 ‘양성평등주간’으로 정했다. 양성평등 임금, 경력단절 예방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동시에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을 통해 베이징 세계여성대회 이후 지난 25년간 이룬 성과와 한계를 세대 간의 대화와 지구촌과의 대회를 통해 확인하는 기회다. 코로나19가 여성에게 미친 영향, 그리고 나아갈 방향을 이야기하는 마당을 펼친다.

여성가족부는 여권통문과 광장의 세계여성대회 선언을 거쳐 이제는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이라는 새로운 마당을 만들어 성평등 포용국가 실현을 위해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이어갈 것이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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