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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 검찰 개혁의 역주행

김준동 공공정책국장 겸 논설위원


현재와 같은 검찰 제도가 최초로 생긴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혁명의 산물이다. 프랑스에서 검사를 ‘파케(parquet)’라 한다. 프랑스 법률 사전은 ‘대법원, 고등법원, 지방법원에서 공소관의 직무를 수행하는 사법관의 집합’이라고 정의 내리고 있다. 판사와 더불어 사법관이라고 지칭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검찰청은 우리나라처럼 독립된 관청이 아니라 각 법원에 개별적으로 설치돼 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한 법원이 관할하는 것으로 돼 있으면서도 법원으로부터도 독립돼 있다. 사법관에 대한 인사는 최고사법평의회에서 한다. 최고사법평의회는 사법관 7명, 외부위원 8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통령은 외부위원 2명을 지명할 수 있을 뿐이다.

독일은 연방제 국가여서 검찰 역시 연방 검찰과 주 검찰로 이원화돼 있는데 연방 검찰총장과 연방 검사는 연방 법무부 장관의 제청과 연방 상원의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내각책임제 국가에서 상원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다. 최고 권력자인 연방 총리는 검찰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구조다. 이탈리아도 최고 권력자인 총리로부터 인사권이 철저히 독립돼 있다. 이런 신분보장이 있었기에 1992년 ‘마니폴리테(깨끗한 손)’ 운동이 가능했다. 이렇듯 우리보다 앞서 검찰 제도를 출범시킨 선진국들은 검찰을 최고 권력자의 직접적 통제하에 두지 않는다. 철저히 독립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에는 충견처럼 복종하지만 ‘죽은 권력’은 사정없이 물어뜯는 하이에나에 비유된다. 검찰이 걸어온 72년의 역사에는 정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과 2017년 대선에서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MB 정권 5년 동안 대통령 및 청와대가 검찰 수사와 인사에 관여했던 악습을 완전히 뜯어고치겠습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공정성 회복을 위해 인사 제도를 과감하게 쇄신하겠습니다. 그동안 대통령에게 주어졌던 검찰총장 임명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습니다. 검찰인사위원회의 중립성·독립성을 강화하고 검사장급 인사에 대해서는 검찰인사위원회에서 인사청문회를 시행하겠습니다.”(2012년 12월 대선 검찰개혁안) “검찰총장추천위원회와 검찰인사위원회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겠습니다.”(2017년 4월 대선 공약집)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누겠습니다.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습니다.”(2017년 5월 취임사)

하지만 임기 3년이 지난 현재 총장추천위와 검찰인사위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기존 총장추천위 구조로 임명됐으며 검찰 고위 간부 인사도 법무부 장관 주도로 지난달 27일까지 네 차례 단행된 상태다. 오히려 윤 총장이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들이밀자 문 대통령은 “검찰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했고,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검찰의 수사권이 존중되어야 하듯이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의 검찰 인사 관여를 악습이라고 규정하고 인사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한 수차례 약속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 정권을 잡고 나니 지난 정부와 똑같이 인사권 행사를 통해 검찰을 손아귀에 틀어쥐고 있다.

검찰 개혁의 지향점은 독립성에 있다. 청와대로부터의 독립이 개혁의 핵심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금은 검찰총장의 힘을 뺀다는 명분하에 줄 세우기 인사 등으로 검찰을 정권에 종속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난 정권과 별단 다르지 않다. 선진국은 사법부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최고 권력자의 인사 관여를 없애는 추세다. 우리는 어떤가. 정권의 영향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역주행, 이제 멈출 때가 됐다.

김준동 공공정책국장 겸 논설위원 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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