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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포럼] 정부와 의료계 갈등, 해결의 길은 없는가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서울대 명예교수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이 보이는 엄중한 상황에서 전공의들이 무기한 집단휴진을 강행하고, 의대 교수들도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회가 민주화될수록 갈등은 빈번히 일어나게 마련이다. 분출된 갈등을 제대로 해소하는 게 상당히 어렵고, 해소되지 않은 갈등으로 또 다른 갈등이 생기는 것은 민주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의 하나다. 각 이해당사자가 승복할 수 있는 정당성을 가진 해결기제가 없어 갈등의 원활한 해결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정부가 이해당사자이면서 조정 과정을 주도하고 있어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하고 조정 과정에 불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보건의료 부문의 갈등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 그리고 복지와 직결된다는 측면에서 어떤 부문보다 막대한 사회비용을 초래하게 된다. 질병치료를 받지 못함으로써 개인의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이고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의사와 환자 간 관계를 무너뜨린다. 따라서 국민의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담보한다는 점에서 명예와 책임성이 수반함을 인식하는 데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이번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의 쟁점은 의대 정원 10년간 4000명 증원, 공공의대 신설, 한약 첩약 의료보험 적용, 비대면 진료 허용 등 네 가지다. 하나씩 풀어가는 지혜를 함께 발휘하면 좋겠다.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는 쟁점은 앞의 두 가지다. 정부는 코로나19 등 위기 상황에 대처하고 국민의 의료접근성 편의를 위해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 의사 수를 늘려야 하고 공공의대를 신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사단체는 생명을 살리는 외상외과, 중환자실, 응급실 등은 운영할수록 적자가 커지는 구조로, 이 분야를 지원하는 의사를 늘리려면 이에 맞는 비용을 보전해야 하는데 의사 수를 늘린다고 공공영역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많아질 가능성은 낮고, 오히려 의사들의 수도권 집중으로 지역별 쏠림현상과 경쟁이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민 저항이 높은 ‘건강보험료 인상’과 맞물려 있기 때문인데, 이에 대한 의료계 불만은 크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6만9000여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의대 정원 확대와 보건의료체계 개선 등을 주제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정책 설문에 응답자의 56.5%가 찬성한다고 답한 반면 의사 직종(개원의·전공의·의대생) 응답자의 찬성은 8.5%에 그쳐 시각차가 매우 큼을 알 수 있다. 그리고 44.1%는 보건의료체계 문제점으로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꼽았다. 불균형 해결 방안을 묻는 질문엔 46.4%가 ‘중앙·지방정부가 중심이 된 지역 공공의료 기관 설립·강화’를 택했다. 정부가 내놓은 방안인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37.8%)과 의사단체가 주장하는 ‘건강보험 수가체계 개편’(20.0%)은 후순위로 밀렸다. 또한 의료 특정분야, 즉 기피과의 의사 부족 해소 방안으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1.5%가 ‘기피과 건강보험 수가체계 개편’을 꼽았다.

따라서 실제 국민의 요구는 현재 지역에 있는 34개 지방의료원이 지역 의대와 연계해 대학병원처럼 운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제3의 방안과 기피과 문제 해결로 건강보험 수가체계 개편을 제시한 점을 고리로 협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한약 첩약 의료보험 적용은 의사와 한의사의 기능과 역할 정립을 전제로 설득이 이뤄져야 하며, 비대면 진료 허용은 대면의료를 기본으로 하되 대면의료가 힘든 상황과 의료의 질이 훼손되지 않는 상황에서 원격의료를 활용하는 대원칙을 갖추고 협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당장 코로나 방역의 시급함과 엄중함에 비춰 볼 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할 것이 뻔하다. 따라서 정부는 쟁점의 패키지화 문제와 성급함을 솔직하게 의료계에 토로함으로써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한다. 의료계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계속된다면 다수의 환자가 생명을 잃는 파국을 맞을 것”이라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의 눈물겨운 호소에 답해야 한다. 그래도 안 되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정부와 의료계, 여당과 야당이 머리를 맞대고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사회대타협위원회’(가칭)를 만들어 시급히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정말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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