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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해수욕장의 사회적 거리두기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젊음이 넘치는 해변으로 가요~.’ 1969년에 나온 키보이스의 ‘해변으로 가요’는 요즘도 여름이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인기 가요다. 바캉스 하면 저절로 떠오르는 공간이 해변이다. 여름철 해수욕장은 일상에 힘든 이들에게 탈출구나 다름없어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룬다.

국내 최초의 해수욕장은 1913년 문을 연 부산 송도해수욕장이다. 당시 일본인 사업가가 송도 일원을 유원지로 만들 목적으로 송도유원주식회사를 설립, 모래밭을 해수욕장으로 개발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발된 해수욕장과 주변의 빼어난 경치로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며 1960년대까지만 해도 최고의 유원지로 이름을 날렸다.

1950, 60년대 서울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던 해수욕장은 충남 대천해수욕장이었다. 당시 동해안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는 없었고, 대천에는 장항선이 있었다. 1932년 무렵 개장한 대천해수욕장에는 여관, 별장, 진입도로 등 기본적인 시설이 들어서 있었다. 서울역~대천역까지 상하행 한 번씩 운행되는 피서 열차는 4시간15분 걸렸다. 해수욕장까지 버스로 30분쯤 더 가야 했다. 잠시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저녁에 서울행 기차를 타면 당일 피서도 가능했다. 대천해수욕장의 여름 풍경은 신문에서도 거의 매일 다뤘다. 70년대 들어 영동고속도로 개통에 힘입은 강릉 경포대는 물론 부산 해운대, 서해의 보령 만리포 무창포 해수욕장도 인기 해수욕장이 됐다.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부작용도 속출했다. 해수욕장마다 사방에서 터뜨리는 폭죽 연기와 포장마차에서 굽는 조개구이 연기로 하늘이 희뿌옇게 변했다. 해변엔 페트병, 비닐, 빈 캔, 스티로폼, 담배꽁초, 컵라면 봉지, 술병 등 쓰레기로 가득했다. 여기에 해마다 바가지 요금도 단골로 등장했다.

하지만 올해 해수욕장은 예년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면서 모든 해수욕장이 지난달 23일 조기 폐장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전국으로 확대 적용된 데 따른 것이다. 해수욕장은 폐장됐지만 일반인 방문 자체가 금지된 것은 아니다. 해수욕장에서 다른 사람과의 접촉이 발생할 수 있는 샤워·탈의시설 운영과 파라솔(차양시설)·물놀이용품 대여 등만 중단됐을 뿐이다. 폐장된 해수욕장을 찾은 이들이 아쉬운 마음에 물놀이를 즐기면서 안전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피서·입욕객 상당수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거나 일부는 늦은 밤까지 물놀이를 즐김에 따라 해수욕장 폐장을 넘어 전면 폐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역대급으로 긴 장마 이후 겨우 더워졌는데 해수욕장이 폐장하면서 여름 한철 장사에 생계가 달린 상인들이 울상이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로 인해 방문객이 급감했는데 해수욕장마저 조기에 문을 닫으면서 ‘피서 특수’가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주말 폭염 특보에도 불구하고 전국 해수욕장에서 피서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해변을 찾는 이들만 이따금 보였다. 해외여행 대신 인기를 끌었던 제주도에서도 7월 1일부터 8월 22일까지 11개 지정 해수욕장 이용객이 102만여명으로, 지난해 여름 해수욕장 방문객 189만여명보다 87만명(46%) 급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세 자릿수를 이어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시행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사회적 봉쇄’나 다름없는 3단계로 격상되면 자영업자들은 더 큰 타격을 입는다. 파란 바다를 보며 모래 위를 거니는 일상도 사라질지 모른다. 더 늦기 전에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싶다면 개인의 방역수칙 준수는 필수다.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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