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논설위원의 이슈&톡

“美, 中 발목 잡는건 국내정치용… 국익 훼손 땐 단호한 대응”

[논설위원의 이슈&톡]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인터뷰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달 31일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싱 대사는 코로나19가 만연했을 때 서로를 도우려는 양국 국민들의 따뜻한 정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윤성호 기자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한·중 관계에 대한 질문에 가수 노사연의 노래 ‘만남’의 가사부터 읊었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그는 “양국은 어떤 나라들보다 가까운 이웃이고, 감정도 통하는 사이”라면서 “수천년간 정신적으로 신뢰관계를 유지해 왔고, 지금은 경제적으로 융합된 관계이며 인문적 교류도 활발하다”고 강조했다. 또 “양국의 현 지도자들도 이런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중·한 관계는 앞으로도 계속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31일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에서 이뤄졌다.

-8월 24일이 한·중 수교 28주년이었다. 현재의 한·중 관계를 평가해 달라.

“28년의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났다. 양국 관계의 비약적 발전은 국제관계의 모범이 됐다. 무역은 40배 가까이 증가해 3000억 달러(약 356조원) 시대로 들어섰다. 인적 교류는 연간 1000만명을 넘어섰고, 서로 상대국에 가장 많은 유학생을 보내고 있다. 양국은 좋은 이웃이자, 친구이자 동반자다.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화하든 중·한 관계는 오랫동안 굳건히 지속될 것이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에 양국 간 정치적, 경제적, 인적 교류 모두 다시 한번 폭발적인 발전을 맞이할 것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양국이 더 돈독해진 측면이 있다.

“코로나는 나쁜 것이지만,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양국 관계가 더 깊어지고, 국민들 감정도 좋아졌다. 중국에서 코로나가 터졌을 때 한국이 실질적인 지원을 많이 해줘 중국 인민들이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드라마 ‘대장금’ 주인공 이영애씨가 코로나 극복에 도움을 주려고 제작한 동영상에 많은 중국인들이 감동했다. 반대로 대구에서 코로나가 확산됐을 땐 중국의 많은 성과 시, 기관에서 물자를 보내줬다. 중·한 방역 협력은 한마디로 유난동당(有難同當,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간다는 뜻)이란 말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본토의 확진자가 보름 이상 0명이다. 진짜 0명인가.

“얼마 전에 중국 지방 성의 당서기가 한국을 다녀갔을 때 물어봤더니 그동안 중국 인민들이 일상생활을 극도로 자제하느라 너무 힘들었다고 하더라. 정부의 조치도 아주 엄격했다고 한다. 0명을 실현하려고 중국 인민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생각해 보라. 요즘 어느 나라가 전염병을 은폐하겠느냐. 코로나가 진정된 뒤 많은 한국인들이 이미 중국에 가 있다. 그분들한테 확인해 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이후 경제회복은 어떤가.

“1분기에는 개혁개방 40년 이후 처음으로 -6.8% 성장했다. 하지만 2분기는 좋아져서 3.2% 플러스 전환했고 3분기도 좋아질 것이다. 일각에선 3분기에 5% 정도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6월 한국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9% 감소했지만 대중(對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한 것도 중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는 증거다.”

싱 대사는 한국에 네 번째 부임하는 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고 친구들도 많다고 했다. 부임하고 서울 롯데월드타워에 올라가 서울의 발전상을 보고선 본인 일처럼 기뻐했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한·중 관계가 비약적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이 최근 방한했다. 어떤 의미인가, 왜 부산에 갔나.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양국 고위급 회담이 이뤄진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특히 수교 28주년을 앞두고 성사된 것은 양측 모두 중·한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뜻이다. 양자 협력과 한반도 정세, 중·미 관계에 대해 깊이 논의했고 긍정적인 성과를 거뒀다. 장소보다 회담 성과가 더 중요하다. 부산 방문은 양측 간 충분한 사전논의를 거쳐 결정됐다.”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은 언제 완전 해제되나.

“부임 전에 중국 각 부처를 다니며 한한령의 실태를 물어봤다. 그랬더니 다들 그런 게 없다고 하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사드 사태로) 중국의 국익이 훼손돼 중국 인민들이 한국을 싫어하게 됐고, 그 영향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양국이 예민한 사안에 대해 공동인식을 잘 지키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만 지나면 다 잘될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항공편과 비자 발급 대상자가 대폭 축소돼 있다.

“코로나 이전에 중·한의 주당 항공기 왕래가 1200편이었는데, 지금은 16편 정도다. 비즈니스 왕래는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관광은 안 되고 있다. 사실 중국은 최근까지 교류 활성화를 위한 ‘신속통로’를 확대할 준비가 다 돼 있었다. 그런데 서울에서 코로나가 다시 확산되면서 주춤해진 상태다. 코로나가 안정화되면 항공편도, 비자발급 대상도 크게 확대될 것이다.”

사진=윤성호 기자

싱 대사는 미·중 갈등 문제에 대해선 거침없이 중국 입장을 대변했다. 국익을 훼손하는 문제에 대해선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몇 차례나 강조했다.

-미·중 갈등이 계속 격화되고 있다.

“일부 미국 정치인들이 이데올로기적 편견과 국내 정치적 필요 때문에 온갖 방법으로 중국의 발전을 막고 있다. 이런 냉전적 사고는 매우 위험하다. 모든 국가와 민족은 발전할 권리가 있는데, 일부 미국인만 중국의 발전을 원하지 않고 있다.”

-요즘 중국이 주변국에 대해 전랑외교(戰狼, 늑대처럼 힘을 과시하는 외교)를 펼친다는 비판이 있다.

“일부 국가는 자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며 경쟁자를 제압하려고 하는데 이를 무슨 외교라고 불러야 하나? 국익을 수호하고 국가 존엄을 지키는 것은 외교관의 책무다. 중국은 평화를 사랑하지만 핵심 이익을 위해선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같은 좋은 친구에게는 예의를 갖춰 대하고 진심을 나누고 있다.”

-국제사회가 홍콩보안법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홍콩보안법 시행 2개월이 지났는데 일상은 더 안정돼 있다. 중국은 홍콩의 정치·경제·결사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한다. 다만 홍콩을 독립시키려 하거나 나라를 전복하려는 자유만 제한한다. 보안법 시행 이후 대다수 홍콩 시민들의 권익은 강화됐다. 홍콩의 많은 한국 교민과 경제인들도 이전보다 훨씬 안정된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다.”

-9월 3일이 중국의 중요 기념일이라고 들었다.

“그렇다. 올해가 한국에는 광복 75주년이고 우리한테는 중국인민항일전쟁 승리 75주년이다. 행사에 시 주석이 직접 참석해 항일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연설을 한다. 중·한 양국은 일제 식민지 극복과 민족해방을 위해 고난을 같이하며 연대한 경험이 있고 이는 양국 관계사에서 큰 획을 그었다. 중국은 앞으로도 한국과 연대해 지역 안정을 이루고 싶다.”

사진=윤성호 기자

싱하이밍(56) 대사는

중국 톈진에서 태어나 베이징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1981년 북한으로 유학을 가 사리원농업대학을 졸업했다. 86년부터 중국 외교부에서 일을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92~95년, 2003~2006년, 2008~2011년에 근무한 데 이어 올해 1월에 네 번째로 부임했다.

한·중 수교로 서울에 중국대사관이 생겼을 때인 92년에 당시 서기관이던 싱 대사가 대사관 현판을 중국에서 직접 갖고 와 개관 업무에 참여했다. 싱 대사는 북한에서도 88~91년, 2006~2008년 두 차례 근무하는 등 대표적인 한반도통이다. 한국어도 유창하다. 한국 사람들을 만날 땐 중국어를 쓰지 않고 거의 다 직접 한국어로 대화한다. 주한 외교가에서는 요즘 한국 사람들을 가장 많이 만나는 외교관이 싱 대사라는 말이 있다. 정부 관계자들이나 여야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대기업 총수부터 중소기업 대표까지 경제계 인사들과도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 한 대사관 직원은 “지금도 외교활동이 활발하지만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아마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열심히 다녔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독] “시진핑 주석 연내 방한 적극 추진… 한·중 관계 더 높일 것”

손병호 논설위원 bhso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