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노샤 찾아간 트럼프 “시위대는 폭도”… 백인 결집 노려

폭력성 부각… 중도층 안정심리 자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흑인 제이컵 블레이크 피격 사건 이후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방문, 시위대에 의해 파괴된 현장을 둘러보며 피해 상인 등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흑인 제이컵 블레이크의 피격 이후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전격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시위를 “테러”로, 시위대를 “폭도”로 부르면서 강력한 진압 의지를 밝혔다. 확산되는 인종정의 시위의 폭력성을 부각시켜 안전과 안정을 중시하는 백인 유권자와 중도층을 공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CNN방송 등은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주지사와 시장 등의 방문 반대에도 불구하고 커노샤를 찾아가 법 집행을 강조하고, 시위로 인한 중소자영업자들의 피해에 관해 긴 시간 이야기했다고 보도했다.

커노샤에선 지난달 23일 어린 세 아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의 총격을 받아 하반신이 마비되는 중상을 입은 블레이크 사건 이후 인종차별과 경찰 과잉대응에 항의하는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날 커노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총격 피해자인 블레이크나 그의 가족을 만나지 않았다. 대신 화재로 파괴된 가구점 등을 둘러보고 진압에 나선 주방위군을 격려하기 위해 임시 지휘센터를 찾았다. 또 법 집행과 기업 활동, 공공안전 등을 위해 4000만 달러 이상의 연방자금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역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커노샤의 인종차별 철폐 시위에 대해 “평화적인 시위가 아니라 국내 테러 행위”라면서 “시위자들은 무정부주의자, 폭도, 선동가”라고 비난했다. 또 “정치적 폭력을 멈추려면 급진적 이데올로기와 맞서야 한다”며 시위대에 ‘급진좌파’ ‘반경찰’ 이미지를 덧씌웠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합주인 위스콘신을 찾아간 건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자가 이끌고 있는 지역과 폭력을 연관시키려 한 것”이라면서 “스스로를 법과 질서를 대변하는 후보로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줄자 트럼프 대통령은 ‘법과 질서’의 메시지로 자신의 기반인 백인 지지층에게 호소했다”고 풀이했다.

정치 웹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은 이날 현재 48.0%로 45.3%인 트럼프 대통령을 2.7% 포인트 앞서고 있다. 그러나 지난 7월 28일 6.4% 포인트에 비해선 격차가 많이 줄어든 상태다. 특히 위스콘신주는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정치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경합 지역)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불과 0.7% 포인트 차로 아슬아슬하게 이긴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며 유권자들의 안정 심리를 건드리자 바이든 후보도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새로운 광고전에 나섰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캠프가 4500만 달러(약 53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들여 일부 시위대의 폭력과 약탈을 비난하는 내용을 포함한 TV 광고를 이날부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광고 속에서 바이든 후보는 불타고 있는 자동차와 건물,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 장면 등을 배경으로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폭동은 시위가 아니며, 약탈도 시위가 아니다”면서 “그렇게 하는 사람들은 기소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트럼프의 공격에 맞서 민주당도 폭력 시위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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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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