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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상임위, 똑같은 공방에 막말 등으로 걸핏하면 파행

의원들 SNS 글 경박하고 상대 당 후벼파기에만 능해
존경할 만한 정치인 없어

차라리 의원들 말수 줄어들면 더 품격 있는 정치 구현될 것


요즘 국회 운영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목적으로 매입한 경남 양산시 사저 부지 일부가 농지라 농지법 위반이라는 논란이 한 달째 계속되고 있다. 회의 때마다 야당 의원들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똑같은 질문을 하고 똑같은 대답을 한다. 대통령 부부가 가끔 주말에 양산에 내려가 농사를 지었기에 농지 매입에 문제가 없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고, 야당은 대통령이 그렇게 한가했느냐며 거짓말이라고 따진다. 그런데 대통령이 임기 5년을 마무리하고 조용히 시골에 내려가 살겠다는데, 또 경호상 문제 때문에 현 부지를 구했다는데 한 달째 같은 공방을 되풀이하는 건 좀 과해 보인다. 국정 전반에 대한 견제를 해야 할 운영위가 너무 한가로이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운영위에선 아주 엉뚱한 일로 회의가 파행되기도 했다. 한 남성 의원이 발언을 할 때 여성 의원이 끼어들자 남성 의원이 “야지(야유) 놓지 말라”면서 여성 의원 등을 손가락으로 건드렸기 때문이다. 회의가 중단됐고, 한참 동안 성희롱이네 아니네 설전을 벌였다. 이튿날 여성 의원은 불결해서 손가락 닿은 옷을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고 SNS에 소개했다. 이런 이들이 벌어지니 여의도 정치가 욕을 먹는 것이다.

얼마 전 기획재정위에서는 양아치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야당 의원이 여당의 부동산법 강행 처리를 비판하자 여당 의원이 “뻔뻔하다”고 했고, 이에 야당 의원이 “말을 그 따위로 할래, 어린 게 말이야”라고 맞받았다. 그러자 여당 의원이 “동네 양아치 같다”고 맞서면서 회의가 중단됐다. 더 웃긴 건 야당 의원이 며칠 뒤 회의에서 ‘어린 게’ 발언을 사과하자 여당 소속 기재위원장이 “의원님 정말 최고입니다”라며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고 한다. 나라 경제가 비상이라는데 국회 주무 상임위 풍경이 이렇다.

법제사법위에서는 최근 최재형 감사원장 친인척의 정치 성향이 논란이 됐다. 최 원장과 청와대가 감사위원 임명을 놓고 갈등을 벌이자 여당 의원이 최 원장 아버지와 동서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아 최 원장을 공격했다. 인사 문제를 놓고 최 원장을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뜬금없이 아버지와 동서가 왜 등장하나. 그러니 연좌제가 부활됐다는 조롱이 나오는 것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이라는 여당 의원은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사의 표명을 하자 페이스북에 “친일파와 토착 왜구들은 아베 총리가 물러나면 그 상실감을 어떻게 회복해야 할까”라고 적었다. 이 대표는 아베 총리에게 한국 막걸리까지 보내면서 우정을 쌓아 왔는데, 그의 측근은 이웃 나라 지도자의 사의를 재빠르게 이념성 편 가르기 재료로 활용한 것이다.

지난달 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찾아 면담한 것을 두고 여당 의원들은 무지막지한 비난을 쏟아냈다. 바쁜 정 본부장 앞에서 김 위원장이 ‘훈장질’을 했고, 방역의 심장인 질본을 감염시킬 수도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제1야당 대표의 격려 방문을 이렇게 악의적으로 폄하하니 협치가 가능하겠는가.

어찌 정치를 그런 식으로만 할까. 우리도 선진국이라는데 국회의원 수준은 왜 다 이 모양인가. 2000년 총선 때 부산에서 출마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시 유세를 다니며 이런 말을 했다. “정치인이 해야 될 가장 큰 일은 자기가 정말 곧고 바르고 그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그것을 오랫동안 사람들이 본받고자 하고 또 그 사람을 보고 자기 희망을 가꾸고자 하는 그런 의욕을 갖게 해주는 그런 게 정치인의 중요한 일입니다.”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정치인, 그를 본받아 자기 희망을 가꾸게 해주는 게 정치인의 첫째 도리라는,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한편으론 요즘 정치인들을 보면 또 얼마나 아득한 바람인가. 요즘에 어느 국민이 정치인을 본받고, 또 그들에게서 희망을 찾을까.

최근 한 달간 하루 단위로 정치 뉴스를 비교해 보았다. 그런데 토요일에 생산된 정치 뉴스가 가장 정결했다. 의원들이 여의도에 없고, 또 지역구 일로 바빠 정치적 발언을 할 틈도 없는 날이다. 정치인 발언을 옮겨 쓰는 기자들도 출근을 가장 적게 한다. 상임위 회의를 최소화하고, 여야 각 당의 공개회의도 줄이고, 의원들의 라디오 출연과 SNS 글 게재도 제한하면 우리 정치가 훨씬 좋아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

손병호 논설위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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