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부동산 대란까지… ‘집방’ 콘텐츠 전성시대

방송가에서 ‘집방’ 콘텐츠가 대세다. 부동산 대란과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하면서 집이 갖는 의미가 깊어졌기 때문이다.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MBC ‘구해줘! 홈즈’, SBS ‘나의 판타집’, tvN ‘신박한 정리’, tvN ‘바퀴달린 집’. 각 방송사 제공

‘집방’ 콘텐츠가 시대 상황과 맞물려 호황을 맞았다. 정부의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번진 부동산 대란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집’의 의미가 더욱 커진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집 콘텐츠는 그동안 인테리어나 경제 채널의 단골 소재였지만 요즘처럼 주요 채널에서 주류가 된 적은 드물었다.

MBC는 부동산 소재의 신규 파일럿 예능 ‘돈벌래’를 이달 중순 방송한다. 탐험대가 이슈로 떠오른 지역을 살펴보며 부동산 정보를 전해준다. 국내 방방곡곡을 돌며 호재와 악재는 물론, 입지 분석과 동네 특유의 분위기까지 다양한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집은 민생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있고, 방송은 시대를 반영한다. 부동산 예능이 주목 받는 시대적 배경은 최근 맞이한 부동산 대란에서 찾을 수 있다. 부동산 예능의 시초는 2000년 방영된 MBC ‘러브하우스’다. 1990년대 말 IMF 외환 위기로 침체한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려는 정부 노력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던 시기였다. 바쁜 현대인의 집을 찾기 위해 스타들이 발품 팔아 중개하는 MBC ‘구해줘! 홈즈’도 시대 상황에서 흥행 비결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현실적인 내 집 마련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었다.

SBS에서 최근 방송한 파일럿 예능 ‘나의 판타집’도 같은 맥락에서 호기심을 자극했다. 스타들이 꿈꾸던 집과 똑같은 현실 속 집을 찾아 살아보면서 판타지의 집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담았다. 일각에서는 위화감이 느껴진다는 지적이 나오긴 했지만, 부동산이 곧 부(富)라는 인식을 탈피했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집의 가치를 가격과 면적으로 평가하던 인식에서 벗어나 집이라는 공간 자체에 주목하는 흐름은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리면서 집이 지닌 의미를 변주하기에 이르렀다. 집은 인간과 밀접한 터전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은 집을 곧 자기 자신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이라는 공간의 소중함이 한층 깊어진 것이다.

최근 종영한 tvN ‘바퀴 달린 집’은 집을 벗어나기 어려운 시기에 바퀴 달린 집을 타고 전국을 누비는 대리만족을 선사했다. 약 2000만원 정도로 집을 지을 수 있어 경제적 부담을 덜면서도 전국을 유랑하고 지인을 초대할 수 있는 로망을 실현했다. 또 최근 론칭한 KBS Joy ‘나는 차였어’의 콘셉트는 ‘차박(차에서 하는 캠핑)’이다. 비대면 시대에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프라이빗한 공간을 원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떠오른 트렌드를 방송에 담았다.

앞서 tvN 나영석 사단의 ‘여름방학’에 등장하는 집은 고즈넉한 풍경과 여유로운 일상이 어우러져 현대인의 로망을 자극한다. 마치 여름방학을 즐기듯 동해안 속초의 아담한 집에서 한 달 동안 살아보는 형식이다. 여행이 아닌 거주의 의미로 ‘여름방학’을 해석할 수 있는 이유는 한 달이라는 기간에 있다. 몇 해 전부터 트렌드로 떠오른 ‘한 달 살기’ 형식을 차용해 여행과 거주의 중간쯤으로 콘셉트로 좁히고 현지인의 시선을 녹였다.

tvN ‘신박한 정리’ 역시 코로나19 상황에서 빛을 봤다. 당초 8회 편성이었으나 시청자 관심이 쏠리면서 정규 편성됐다. ‘신박한 정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반사효과를 누렸다. 네이버 트렌드에 따르면 ‘정리’ 키워드 검색량은 지난 1년을 기준으로 7월에 최대치를 기록할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이 높음을 알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내 집에서 ‘잘’ 사는 노하우를 전수한다. 즉, 집안 곳곳 가득 찬 물건을 비우고 재배치하고 정리하면서 삶의 질을 결정하는 공간을 매만진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도 코로나19 속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가 정리의 의미와 효율을 알려주며 미니멀 라이프를 독려하는 프로그램이다.

다만 PPL(간접광고) 문제나 위화감 조성 등 여러 부작용도 지적된다. 인간의 삶을 감싸는 보금자리 관점에서의 공간이 아니라 매물로서의 가치를 판단하거나, 화려한 인테리어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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