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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대통령의 언어

배병우 논설위원


정치는 근본적으로 언어를 통해 이뤄진다. 정치는 바로 언어라는 말도 있다. 대중을 설득하는 언어가 정치의 본령이라는 의미다. 역대 대통령 중 연설을 가장 잘하는 축에 든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의 99%는 말”이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정치지도자가 구사하는 언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이게 대통령의 언어냐’는 논란에 오랫동안 휘말렸다. 특유의 직설적인, 때로는 속어도 마다않는 연설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래도 노 전 대통령의 언어에는 논리가 있었다는 평가가 많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소통하는 언어’ 능력이 가장 부족하다는 평을 받았다. 문법에 맞지 않거나 문장이 성립되지 않는 비문(非文)을 많이 사용했고 뜻이 모호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혼이 비정상’ ‘우주의 기운’ 등 주술적 언어, 자신이 관련된 얘기를 마치 남 얘기 하듯 하는 유체이탈 화법도 논란이 됐다. 또 임기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반대파들을 혹독하게 비판하고 보수와 TK(대구·경북) 등 지지층만 바라보는 분열의 언어를 사용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공정 정의 평등 등 모든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가치들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고 국민 화합을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달 주택 가격 불안이 이어지고 전세난이 확산하는데도 “부동산 시장이 점차 안정되고 있다”고 해 현실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파업하는 의사와 헌신하는 간호사를 대비시킨 문 대통령의 2일 페이스북 메시지는 이런 결함과는 격이 다르다. 문 대통령은 간호사를 향해 “코로나로 힘들고 어려울 텐데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니 얼마나 힘들고 어려우시겠느냐”고 했다. 명백하게 의사와 간호사의 편 가르기를 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통령의 말은 무엇보다 국민 통합의 언어가 돼야 한다. 임기 후반 분열의 언어를 쓴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들었던 박 전 대통령과 똑같은 반응이 야당에서 나온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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