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밭 매는 보건당국?… 美 CDC, 대선 전 백신 배포 논란

의료종사자들부터 접종 계획… 일부선 “안전성 미검증” 지적

미국 플로리다주 할리우드의 한 연구소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담당하는 연구원이 혈액 샘플을 분류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촬영된 사진이다. AFP연합뉴스

미국 코로나19 대응 컨트롤타워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다음달 말부터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준비를 하라고 각 주에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1월 미 대선 전에 백신을 공급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 때문이라는 분석과 함께 ‘백신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2일(현지시간) CDC가 미국 50개 주와 뉴욕 등 5개 대도시의 공중보건 관리들에게 10월 말이나 11월 초 의료진과 고위험군 등에 대한 백신 접종을 준비하라는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CDC가 보낸 3종의 문건에는 상세한 백신 배포 지침이 담겼다. CDC는 현재 개발 중인 2가지 후보 백신을 접종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접종 대상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병원과 이동진료소, 기타 시설에 백신을 전달하도록 요청했다.

CDC 지침에 따르면 장기 요양시설 직원을 포함한 의료 종사자들과 필수 근로자, 국가안보 관련 종사자들이 1차 접종 대상이다. 또 65세 이상 고령자, 인종적 소수자, 미국 원주민, 재소자 등 감염 가능성이 크고 중증을 앓을 수 있는 고위험군으로 알려진 계층도 접종 우선순위에 포함됐다.

접종 대상자들은 아직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2가지 후보 백신 중 하나를 몇 주 간격으로 두 차례 접종하게 된다.

그러나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백신을 섣불리 접종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응급의료 전문가 세드릭 다크는 “10월까지는 겨우 30일가량 남았다”면서 “너무 야심찬 시간표”라고 NYT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신을 재선 캠페인에 이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이 때문에 대선이 치러지는 11월 3일 전에 백신을 배포하도록 백악관이 보건 당국과 규제 당국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돼 왔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달 30일 식품의약국(FDA)의 스티브 한 국장이 “3상 임상시험이 완료되기 전에 코로나19 백신을 긴급 승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면서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 감염병연구소장도 중간 시험 결과가 압도적으로 긍정적이면 3상 임상시험을 마무리하기 전이라도 백신을 조기 승인할 수 있다고 지난 1일 말했다.

피터 호테즈 베일리의대 열대의학과장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FDA의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 승인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껏 이런 식으로 백신 접종을 한 경험이 없다”면서 “수천만, 어쩌면 수억명의 미국인에게 기본적인 수준의 검증도 되지 않은 백신을 주입하는 일이 정당화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의사이자 과학자로 살아온 40년간 이처럼 무책임한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보건 당국에 대한 정부의 압력에 과학계가 분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웨일코넬의대 바이러스학자 존 무어는 “만일 국민들이 보건 당국의 절차를 신뢰하지 않고 모든 게 정치의 영향 아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백신의 접종률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우려했다. WP는 또 생명윤리학자들이 FDA에 백신 비상사용 권한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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