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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형사소송법 148조

한승주 논설위원


‘누구든지 자기나 친족 또는 법정대리인 등에 해당한 관계있는 자가 형사 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발로될 염려 있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148조 내용이다. 새삼 이 법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148조 따르겠습니다.” 증인으로 나선 조 전 장관은 3일 법정에서 이 말을 300번 넘게 반복했다. 오전에 100여번, 오후에 200여번 했다고 한다. 그는 이날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부부가 처음으로 한 법정에 서며 주목받은 재판에서 그의 전략은 철저한 자기방어권 행사였다. 그는 검찰의 신문에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르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불리하게 작용될 수도 있으니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모든 질문에 증언을 거부한 셈이다.

이 법에 의거한 진술·증언 거부는 굵직한 재판에서 법정 전략으로 종종 사용돼 왔다. 2010년 뇌물수수 혐의 재판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이 조항을 들며 진술을 거부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된 국정 농단 사태의 주범 최서원도 형사소송법 148조를 대며 불출석 사유를 밝혔다.

조 전 장관 입장에선 법정의 피고인이 배우자이며 자식의 이름도 공소장에 있는 상황. 그가 형사소송법상 보장돼 있는 권한을 행사한 것은 정당한 행위다. 그럼에도 비난 여론이 나오는 것은 그의 행동이 예전에 했던 말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수사에 당연히 성실하게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막상 검찰 조사 때는 진술을 거부하면서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법정에 나와서는 300번 넘는 검찰의 질문에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르겠다며 아무 진술을 하지 않았다. 서울대 법대 교수이자 전 법무부 장관으로 법을 가장 잘 아는 그의 선택은 형사소송법 148조, 증언거부였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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