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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의 지금 미국은] 美 대선판 참을 수 없는 유혹… 트럼프도 꺼내든 ‘공포 마케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흑인 제이컵 블레이크에 대한 경찰 총격 사건 이후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지난 1일(현지시간) 방문, 시위대 폭력에 무너진 건물 앞에서 "폭력 시위는 테러"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선거판에서 ‘흑인에 대한 백인들의 공포심’만큼 정치적 이득을 챙길 수 있는 강력한 무기는 없다. 이것을 선거 전문가들은 소위 ‘공포 마케팅’이라고 한다. 매우 위험스럽고 사악한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이렇게 선거를 치르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이 방식은 선거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 건국의 아버지라 추앙받는 사람들조차도 그들의 정치적인 이득을 위해 백인의 두려움을 조장했다. 노예에서 해방된 흑인들이 서너 명만 모여 있어도 백인들에겐 두려움이었고 위협이었다. 흑인에 대한 백인의 공포감은 ‘짐 크로법’(흑인차별법)의 원인이 됐다. 흑인들이 집단화될수록 비례해서 백인우월주의가 성행하고 그걸 내세우는 단체인 KKK가 얼굴을 드러냈다.

가장 대표적인 선거판의 공포 마케팅은 1988년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대통령 후보가 승리한 선거 전략이다. 당시 민주당의 마이클 듀카키스 후보는 현직 부통령인 공화당의 부시 후보를 53% 대 36%의 지지율로 승기를 잡고 있었다. 부시 후보의 선거 전략가는 네거티브의 달인으로 소문난 리 애트워터다. 부시 후보에게는 판세를 뒤집을 결정적인 한 판이 필요했다. 애트워터가 네거티브 실력을 발휘했다. 그 유명한 ‘회전문 광고’다.

매사추세츠주의 죄수 주말 휴가제도를 통해 잠시 바깥세상에 휴가를 나온 살인 흉악범 윌리 호튼이 데이트 중인 어느 커플을 습격해 남자를 살해하고 여자를 강간했다. 미 전역을 경악스럽게 한 흉악한 살인사건이다. 죄수 주말 휴가제도는 듀카키스 매사추세츠주 지사 때 시행한 제도다. 애트워터는 이 흉악범을 선거 광고로 활용했다. 죄수들이 감옥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다시 나온다며 ‘회전문(Revolving Door)’을 광고로 썼다. 회전문 광고는 “미국은 그런 위험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America can’t afford that risk)”라고 끝을 맺는다. 살인 흉악범 호튼에 대한 백인들의 공포감이 듀카키스를 겨냥했다. 이 회전문 광고는 순식간에 두 후보의 지지율을 역전시키는 효과를 발휘했다. 하지만 죄수 주말 휴가제도는 매사추세츠주만이 아니고 다른 주에서도 실시하는 제도였다.

2008년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주 지사도 공포 마케팅의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란 타이틀이 연일 미디어에 오르내리는 버락 오바마 후보 대세론이 분위기를 압도할 때 흑인 대통령에 대한 의구심이 백인 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로 깔렸다. 게다가 오바마 후보를 지지하는 과격한 흑인 목사인 루이스 파라칸으로 인해 백인들은 공포감을 드러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페일린은 “오바마 후보가 테러리스트들과 어울리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오바마 캠프가 근거 없는 헛소문이라며 이를 잠재웠지만 잠시 오바마 후보는 지지율이 급락하는 위기를 맞았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법과 질서’는 1968년 대선 당시 공화당 리처드 닉슨 후보의 성공에 그 뿌리를 내리고 있다. 당시는 린든 존슨 대통령의 베트남전 처리 문제로 국가적인 불안감이 깔려 있었다. 선거 직전의 마틴 루서 킹 목사 암살사건과 민주당 대선 후보 로버트 F 케네디 암살사건은 인종 갈등으로 야기된 청년층들의 전국적인 시위를 증폭시켰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은 백인 사회를 불안하게 했다. 이 분위기를 선거판에 적극 활용한 닉슨 후보는 ‘법과 질서’의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선거판과 너무나 닮은꼴이다.

코로나19 상황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의 길에 빨간불이 켜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바이러스는 곧 사라질 것이라고 했지만 지금 그로 인해 미국인 18만명이 사망했고 600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세계 인구의 4%에 불과한 미국이 코로나19 사망자 수의 25%를 차지하고, 세계 최강국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의료시설과 방역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하고 완벽하게 실패했다. 이에 관해서는 지지층이나 반대파나 논란의 여지가 없다.

대선을 2개월 앞둔 지금 코로나19는 그가 반드시 이겨야 할 경합주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합주의 유권자에게 코로나19 이상의 공포감을 조성해 그에 대한 해답으로 자신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선거 전략으로 ‘법과 질서’를 내세운 것 외엔 다른 선택이 없다. 흑인이 주도하는 시위를 더욱 격렬하고 과격하게 부추켜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들의 집단행동에 백인들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가장 잘 알고 있다. 미국 도시의 경찰력은 흑인의 집단화에 비례해 강화됐고 이에 대한 백인들의 두려움만큼 치안의 군사화가 이뤄진 것을 누구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잘 알고 있다. 선거판에서 그만큼 과감하게 네거티브를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가 선거판에서의 공포 마케팅 창안자는 아니지만 그는 가장 충실한 전수자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를 지휘해 온 캘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녀는 “혼돈과 무정부 상태, 기물 파손과 방화 그리고 폭력이 지배할수록 유권자의 선택은 더욱 분명해진다”고 결론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과 국토안보부 장관을 대동하고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지역으로만 유세 일정을 잡았다. 아직까지 유권자의 다수는 백인이며 그들이 국가 권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경합주의 백인 유권자들이 흑인 시위대 편에 선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와 법·질서를 앞세운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 후보 가운데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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